•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현대百그룹은 왜 그에게 '키'를 맡겼나

  • 2023.12.18(월) 09:41

그룹 '컨트롤 타워' 지주사 수장에 장호진 대표
현대百그룹 변곡점서 핵심 역할…주요 M&A 지휘
30여 년간 전략 부문 담당…그룹 미래 사업 책임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 / 그래픽=비즈워치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사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계획된 일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랜 기간 유통업을 근간으로 해왔습니다. 매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늘 신중하고 안정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모험을 하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 하겠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랬던 현대백화점그룹이 방향을 튼 겁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랜 기간 고수했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방향을 틀다

유통업만으로는 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의 주도 하에 조용하지만 빠르게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 방법이 바로 M&A(인수·합병)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성격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무분별한 확장이 아닌,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만 집중했습니다. 판단은 신중히하되 움직임은 빨리 가져갔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인수한 기업은 국내외 통틀어 총 6곳 입니다. 거의 1년에 한 곳씩 인수한 셈입니다. 덕분에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통업을 근간으로 패션, 건자재, 화장품, 토탈복지솔루션, 가구·매트리스, 자동차부품 사업까지 넓어졌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를 컨트롤 할 '구심점'이 필요해졌습니다. 또 그룹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미래 사업을 모색, 투자하는 일도 지속해야 합니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지주회사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상당 기간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진용이 갖춰진 것을 기점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난 11월 출범한 '현대지에프홀딩스'입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순수 지주회사입니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 유통,패션,식품, 리빙·인테리어 등 27개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그 정점에는 정지선 회장과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이 올라섰습니다.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등'의 구조를 만든 겁니다.

'전략통'이 되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습니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의 대표이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지에프홀딩스를 통해 그룹 전체를 컨트롤 할 수장으로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사장)을 선임했습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정 회장과 장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됩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봤습니다. 왜 일까요.

사실 장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입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현대그룹에 입사, 그룹 종합기획실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은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고 전략을 짜던 곳입니다. 이곳에서만 14년을 근무했습니다. 그가 현대백화점그룹의 대표 '전략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경력과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더현대서울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장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당시 현대, 삼성, 선경(현 SK)를 놓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각 회사에 다니는 선배들을 직접 만나 각 회사의 분위기를 살폈고 최종적으로 현대를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장 대표는 "현대는 직원이 일을 정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만큼 자율적,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대 입사를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던 그에게도 변화가 생깁니다. 지난 2001년 현대그룹이 계열분리 등으로 쪼개지면서 장 대표도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때 현장 감사를 나갔던 금강개발산업(현대백화점의 전신)에 관심을 두고 있던 그에게 마침 제의가 왔고 자리를 옮깁니다. 이후 현대홈쇼핑 관리담당 이사,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 현대백화점 관리본부장 등의 요직을 거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의 핵심으로 성장합니다.

정지선 회장의 '믿을 맨'

장 대표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입니다.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이었던 그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했습니다. 그가 속해있던 기획조정본부는 장 대표가 처음 입사했던 현대그룹 종합기획실과 마찬가지로 M&A와 그룹 내 계열회사의 업무를 조정하는 그룹의 핵심 컨트롤 타워입니다. 정 회장은 그룹 내 최고의 전략가인 그에게 그룹의 미래 사업을 맡겼던 겁니다.

실제로 장 대표는 기획조정본부장으로 부임 후 공격적인 M&A를 추진했습니다.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한섬), 2018년 한화L&C(현대L&C), 2020년 SK바이오랜드(현대바이오랜드), 2021년 이지웰(현대이지웰)에 이어 작년에는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전문 기업 지누스와 국내 차량용 스프링 1위인 대원강업을 차례로 인수했습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IPTV 출범으로 유료방송시장이 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되자 발빠르게 현대HCN을 매각,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습니다. 덕분에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 구조를 완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가 진두지휘했던 M&A와 사업 재편 덕에 유통 중심의 현대백화점그룹은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정 회장이 장 대표에게 지주사의 대표를 맡긴 것은 그동안 장 대표가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장 대표가 이를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찾아내는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장 대표가 오랜 기간 그룹 내부의 주요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그룹이 나가야 할 방향과 과제들을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점도 정 회장이 장 대표를 중용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키'를 쥐다

이제 장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새 항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정 회장과 함께 그룹 컨트롤 타워 수장으로서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설계에 주력해야 합니다. 정 회장과 장 대표의 손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다양한 시도를 하겠지만 그만큼 부담도 클 겁니다.

장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리스크 관리입니다. 이를 통해 유통·패션·식품·리빙 등 기존 사업을 미래 성장형 산업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여기에 그룹의 성장 방향성에 부합하는 신수종 사업을 발굴·육성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발굴, 육성하는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아울러 직접 자신의 손으로 지주사 체계를 완성한 만큼 그룹의 경영 효율화 달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주사 체계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해 그룹 전체의 경영 안정성과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것도 장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이를 통해 올해 27조원으로 예상되는 그룹의 매출을 오는 2030년 40조원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오랜 기간 한 방향으로만 항해하던 현대백화점그룹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그 길에서 안정적인 항해를 해야합니다. 그 키를 쥔 사람이 바로 장 대표입니다. 현대그룹에서 시작해 현대백화점그룹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도록 '전략'으로 잔뼈가 굵은 그입니다. 장 대표가 향후 어떤 '전략'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지 궁금합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