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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온라인몰 달랑 '5억원'에 넘긴 속사정

  • 2024.04.03(수) 07:50

재무건전성 악화에 'AK몰' 매각
자금 수혈에도 부채비율 700%

AK플라자가 온라인몰 AK몰을 큐텐에 매각하고 이커머스 사업에서 철수한다. 적자가 지속하고 부채비율이 치솟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하자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커머스 사업 철수

AK플라자는 오는 5월 1일 AK몰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큐텐의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에 양도키로 했다. 이번 거래에는 AK플라자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의 자산, 부채, 영업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 사업부 소속 직원 수십명도 인터파크커머스로 적(籍)을 옮긴다. AK플라자는 관련 공시에서 양도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양도가액이다. AK플라자 전자상거래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369억원,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481억원이지만 양도가는 5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AK몰의 부채까지 인터파크커머스가 모두 양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K플라자 전자상거래 사업부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554억원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공시된 5억1000만원의 양도가액은 양측이 실제로 주고 받은 대금"이라며 "계약서상 매각가는 양도가보다 더 크지만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으로 AK플라자는 이커머스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AK몰의 부채를 털어내게 된다. 이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사업에 집중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차원에서 사업부를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재무구조 악화에 자금 수혈

실제로 AK플라자의 재무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수년간 성장이 정체되며 손실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AK플라자의 매출액은 지난 2018년 2877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 5년 연속 2500억원 선을 계속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억8000만원 늘었다. 다른 백화점 경쟁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과는 비교되는 수치다.

AK플라자는 2019년부터는 계속 손실을 기록 중이다. AK플라자의 순손실은 2019년 87억원, 2020년 302억원, 2021년 291억원, 2022년 314억원, 2023년 440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부채비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 195.0%였던 부채비율은 2021년 1102.3%, 2022년 4094.9%까지 치솟았다.

계속되는 손실로 2022년 말 결손금이 1500억원에 육박하자, 지난해에는 모기업 AK홀딩스와 계열사 애경자산관리의 자금 수혈이 이어졌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는 지난해 4월 AK플라자의 무상감자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무상감자는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주식을 회수, 소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 무상감자로 AK폴딩스가 보유한 주식 1507억원 어치,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주식 432억원 어치가 소각됐다.

이어진 유상감자에서는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각각 790억원, 212억원을 투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과 4월에는 AK플라자 수원점 운영사인 수원애경역사가 각각 100억원을 차입금 형태로 지원했다.

이런 노력 끝에 AK플라자는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무부담은 여전하다. 수원애경역사를 지난해 말 흡수합병했기 때문이다. 이 합병으로 수원애경역사가 지난해 말 계열사 애경케미칼로부터 차입한 500억원까지 AK플라자의 몫이 됐다. AK플라자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703.1%로 여전히 높다.

실적 개선 물음표

문제는 당분간 AK플라자의 실적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는 F&B(식음료)와 볼거리를 갖춘 대규모 쇼핑몰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K플라자가 현재의 트렌드에 맞춘 차별화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AK플라자 분당점은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으로 고객을 다수 잃었다. AK플라자 1호점인 구로점도 인근의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경방 타임스퀘어 등에 밀려 2019년 문을 닫았다. 현재 AK플라자가 운영중인 4개의 백화점, 5개의 NSC(지역친화형) 쇼핑몰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수원점조차 최근 스타필드 수원점 오픈으로 타격이 우려된다.

신세계의 스타필드 수원. / 사진=신세계그룹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AK플라자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저조한 영업실적이 지속되고 있고 중단기간 실적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AK플라자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BBB-다.

AK플라자는 당분간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생각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대대적인 투자계획은 없지만 기존처럼 지역친화적인 MD와 마케팅을 계속 해나가면서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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