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최근 입점 패션 브랜드 수를 대폭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유통 사업에 나서고 있다. 컬리는 최근 잇따라 대기업 패션 브랜드를 선보이는 한편 MZ세대에게 인기인 브랜드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컬리가 '뷰티컬리'에 이어 '패션컬리'를 만들어 별도 플랫폼으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입점 패션 브랜드 수↑
컬리는 다음달 2일까지 '4월 패션위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처음 열리는 이 행사는 컬리에 입점한 21개의 패션 브랜드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대부분은 판매자 배송으로 판매되지만 일부 여성복, 가방, 주얼리 등은 컬리가 직매입해 새벽배송으로 판매한다.
컬리는 주요 고객인 2040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선별해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빈폴레이디스'와 '코텔로', 액세서리 브랜드 '빈폴액세서리', 아동복 브랜드 '빈폴 키즈'를 만나볼 수 있다.
또 컨템포러리 여성복 브랜드 '시야쥬', '아노에틱'과 가방 브랜드 '마르헨제이', '플리츠마마' 등 2040 여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도 여럿 선보인다. '스케쳐스', '크록스' 등 신발 브랜드와 '제이에스티나', '베흐트' 등 주얼리 브랜드도 판매한다. 특히 여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이미나'는 컬리 단독 상품인 스니커즈를 내놨다.
컬리는 앞서 지난해 7월 '폴로 랄프로렌'의 팝업 행사를 열고 주요 상품 40여 종을 할인 판매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의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 쿠론, 럭키마르쉐, 마크제이콥스, 이로, 르캐시미어 등 7개 브랜드의 400여 개 상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진행했다.
마진은 큰데…재고 부담에 고심
컬리는 올해 들어 패션 상품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컬리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수는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배나 늘었다.
이는 컬리가 최근 신선식품을 넘어 비식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있다. 컬리는 생활용품 PB에 이어 가전, 유아용품, 레저(전시회) 등 차츰 비식품 구색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내놓고 화장품 유통업에도 나섰다. 컬리의 비식품 비중은 이미 전체 상품군의 50%를 넘어섰다.
비식품군 중에서도 패션 상품은 신선식품보다 마진율이 높다. 또 컬리의 주력 부문인 신선식품, 화장품과 비교해도 보관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컬리 주요 고객인 30~40대 여성들의 니즈도 크다. 컬리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큐레이션'을 패션에 이식한다면 다른 패션 전문 플랫폼과의 차별화도 가능하다.
다만 재고 부담이 문제다. 패션은 같은 상품이어도 여러 사이즈와 컬러의 제품이 나뉘어져 있어 보유해야 할 재고의 수가 많다.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남은 재고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새벽배송을 위해 상품을 직매입해야 하는 컬리 입장에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컬리는 우선 패션 상품 대부분을 판매자 배송으로 선보이고 있다. 고객의 니즈 파악을 위해서다. 입점 브랜드들도 컬리에서 어떤 상품이 주로 판매되는지를 파악하는 중이다. 일종의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인 셈이다. 따라서 고객 수요 조사가 끝나면 '패션컬리'를 별도 버티컬(전문몰) 플랫폼으로 분리할 것이라는 업계의 생각이다.
컬리는 현재의 사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종합 쇼핑몰 형태로의 사업 확장을 고민 중이다. 실제로 컬리는 지난해 매출액이 2조77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긴 했지만 성장률은 전년 대비 2.0%에 그쳤다. 이 때문에 컬리는 상장에 앞서 취급 카테고리를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기업가치를 높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의 경우 대부분의 이커머스업체들이 취급하는 데다가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경쟁자들이 많다"며 "컬리가 패션에서 경쟁력을 드러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