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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해태 '에이스', 공장 별 맛 차이 논란의 진실

  • 2026.02.03(화) 16:18

맛차이 의혹에 선 긋는 해태제과
'굽기 조건' 공정 차이의 가능성도
과거 참이슬 소주 사례와 닮은꼴

에이스/사진=해태제과

같은 제품, 다른 맛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최애' 과자가 있습니다. 자주 먹는 과자일수록 작은 변화도 금세 눈치채게 되죠. 저 역시 즐겨 먹는 과자가 있는데요. 과자의 양이 줄어들거나 제품이 조금만 달라져도 그 차이를 바로 느끼게 되더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태제과의 스테디셀러 비스킷 '에이스'가 공장별로 맛이 다르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습니다. 작성자는 자신을 '에이스를 정말 좋아하는 1인'이라고 소개했는데요. 에이스가 예전부터 먹던 그 맛이 아니라 묘하게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훼미리식품 전주공장 생산 제품(왼쪽)과 해태제과식품 아산공장 생산 제품(오른쪽)/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와 함께 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전북 전주시의 훼미리식품 공장에서 만든 제품과 충남 아산의 해태제과식품 공장에서 제조한 제품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성자가 공개한 사진 속 두 제품은 색상부터 달랐습니다. 훼미리식품 제품은 육안으로 봐도 구분될 정도로 색이 연했는데요. 짙은 갈색빛을 띠는 아산공장 제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맛에 대한 평가도 갈렸습니다. 전주공장 제품은 일본 계란과자처럼 느끼하고 소금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반면, 아산공장 제품은 평소 먹던 고소하고 짭짤한 에이스의 맛에 가깝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글이 퍼지면서 일부 유튜버들은 직접 비교 실험 영상까지 공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훼미리식품 전주공장 생산 제품(왼쪽)과 해태제과식품 아산공장 생산 제품(오른쪽)/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실제로 두 공장에서 제조한 에이스를 구입해 비교해 봤습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기자가 구매한 제품에서는 오히려 훼미리식품에서 만든 에이스의 색이 더 진했는데요. 맛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온라인에서 확산된 주장과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온 셈입니다.

그렇다면 공장별 맛 차이, 정말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현재 에이스는 해태제과식품의 아산 공장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인 전주 훼미리식품 두 곳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외주 공장에서 레시피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훼미리식품은 단순한 외주업체가 아닙니다. 크라운해태홀딩스 계열사로 해태제과식품이 지분 96.7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한 지붕 아래 있는 같은 회사로 봐도 무방한 구조죠. 해태제과 측 역시 "동일한 레시피, 동일한 원료로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맛이 달라질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뭐가 달랐을까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레시피'보다는 '제조 공정 조건'에 주목합니다. 식품공학적으로 같은 배합이라도 설비와 공정 환경이 다르면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크래커류는 오븐 온도와 열 전달 방식 등 '굽기 공정'이 맛의 핵심입니다. 공장별로 설비의 노후도나 가열 방식이 미세하게 다를 경우 마이야르 반응(갈색으로 변하며 풍미가 살아나는 현상)의 정도가 변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같은 레시피라도 오븐의 구간별 온도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색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고소함이나 짠맛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공정에서는 레시피라는 설계도가 같아도 조리 도구인 설비 환경까지 완벽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색 차이가 맛 인식을 키웠을 가능성도 큽니다. 심리학적으로 색이 더 진하면 '더 고소하다'고 느끼고, 옅으면 '담백하거나 느끼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온라인의 논란은 제조 로트(Lot)별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품질 편차가 예민한 소비자의 미각과 만난 결과로 풀이됩니다.

에이스/사진=해태제과

해태제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소비자들이 에이스 특유의 '고소하고 짭짤한 밸런스'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공장별 품질 논란은 비단 에이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과거 주류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소주는 성분의 대부분이 물이기에 공장마다 사용하는 용수가 달라 맛이 다르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경우 특정 공장 제품이 더 달다는 루머가 돌아 애주가들 사이에서 '공장 찾기'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이번 에이스 논란은 단순한 불평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조 공정의 미세한 변수와 이를 민감하게 포착해내는 소비자 인식이 맞물리며 하나의 흥미로운 논쟁이 완성된 셈이죠.

매일같이 먹는 익숙한 과자 한 봉지. 그 안에 담긴 미세한 차이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에게 대량 생산 식품에서 '절대적인 맛'이란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십 년간 변치 않는 맛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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