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자원 중 하나인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마이데이터산업을 추진한 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시작도 못했다. 관련 법이 정비돼야 하는데 국회에서 막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산업이 무엇인지,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제도 도입을 위한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마이데이터산업 좌초?]上 기대 큰 만큼 도입도 험난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산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1년 넘도록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해서다.
마이데이터산업 추진을 위해서는 이른바 '데이터 3법' 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최근 관련 상임위를 겨우 넘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일단 여야가 해당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룬 만큼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에 개정되는 법안이 개인의 정보를 다루는 만큼 좀 더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 신용정보법 개정안, 데이터 분석 법적 근거 마련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마이데이터산업의 핵심 법적 기반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으로 지난해 11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금융당국이 인증한 데이터전문기관(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해 은행, 보험 등 여러 금융회사에 산재된 정보를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신용정보 기준 통합‧신용조회업(CB)의 진입규제 요건 완화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데이터 이용과 분석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의 정보는 ▲특정 개인에 관한 정보인 개인정보 ▲추가정보의 사용없이는 특정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가명정보 ▲더이상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익명정보로 구분된다.
이 중 개인정보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개인의 동의를 받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익명정보의 경우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제한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가명정보의 경우 추가정보를 사용하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사용범위가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통계작성·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 등에만 동의없이 활용이 가능하다. 처리 과정 중 한명의 개인을 특정 할 수 있게되면 정보 처리를 중지하고 삭제해야 한다.
특히 가명정보를 재식별 할 경우 과태료 5000만원, 추가정보를 분리보관하고 엄격한 보안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3000만원, 고의적으로 재식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5000만원 이하의 벌금-전체 매출 3%이하의 과징금 등 안전장치와 사후통제 수단도 마련됐다.
◇ 신용정보법, 1년여 우여곡절 마지막 깔딱고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첫 관문인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는데 1년이 넘게 걸린 것은 여야간 갈등에 정국이 냉각된 영향이 가장 크다.
신정법 개정안은 수차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꾸준히 상정됐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나마 여야3당 원내대표가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함에 따라 지난달 21일이 첫 논의를 시작했다.
여야3당 원내대표가 무쟁점 법안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법안소위 통과를 반대했다.
지난 28일 신정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도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기한 '정보 처리에 대해 안전장치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개정안에 일부 반영했기 때문이다.
처음 발의된 신정법 개정안에는 매출액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개인 비밀 분실·도난·누출·변조의 경우 50억원 이하)라고만 명시 돼 있었으나 이것이 강화된 것.
남은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와 국회 본회의 표결만 남아있다. 문제는 '정국냉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을 두고 필리버스터(시간의 제한 없는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일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10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더라도 여야 합의를 통해 임시국회를 열어 통과시킬 수 있어 관련 개정안이 완전 폐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간 충분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통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가명정보 처리, 논의 더 필요해" 지적도
금융당국과 금융업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인의 정보를 다루는 만큼 더 신중 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보완이 요구 되는 부분은 가명정보 처리에 관한 부분이다.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가명정보 자체도 개인정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가명정보도 일정 절차를 거치면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되기 때문에 중대한 공익적 목적이 없을 경우 동의의 원칙은 항상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명정보를 연구나 통계작성, 공익적 목적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는 현재 존재하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영리 목적인 경우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가명정보에 대해 개인의 동의 여부가 포함돼지 않았다. 영리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충분한 동의를 받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예외사항을 너무 많이 두고 있다. 사후통제 수단을 마련한 것도 어찌보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정보 주체들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들이 보장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데이터 활용과 정보보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법 시행 일정에 맞춰 개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데이터 활용, 정보보호를 균형있게 반영한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법 시행 일정(공포 후 6개월~1년 6개월)에 맞춰 개정해 나갈 것"이라며 "하위법령 개정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와 소통강화 등 여러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