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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첨병들]엄마 마음 꾹꾹 눌러 담은 금융앱

  • 2020.10.08(목) 11:17

한미영 유비벨록스 금융플랫폼그룹장 인터뷰
육아 경험 중 겪은 불편 '아차' 앱으로 해결

"아차, 또 놓쳤네"

엄마는 학원비 결제일을 또 깜빡했다. 아이 셋 학원비를 줄여보려고 여러 카드를 동원해 할인 혜택을 받으려다 보니 이 카드 저 카드 한도를 챙기기가 쉽지 않다. 얼마가 언제 어떻게 나가는지 가계부를 쓰기도 번거롭다.

공과금 내는 걸 깜빡해 연체료를 내는 정도라면 정신이 없었다고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육아와 관계된 일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학원비가 늦으면 선생님 눈초리가 애먼 아이들로 향할까 걱정이 된다.

스마트카드 제조기업 유비벨록스의 한미영 금융플랫폼그룹장은 비단 본인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 확신했다. 스마트폰 달력에 알람을 설정해 놓는 건 다반사. 지출 계획을 적은 메모지를 늘 휴대한다는 주변 친구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회사가 신사업 아이디어를 달라고 했을 때 한 그룹장은 한치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모바일 앱 '아차'의 시작이다. 지난 6일 구로구 유비벨록스 본사에서 한 그룹장을 만났다.

스마트카드 제조기업 유비벨록스는 올해 8월 모바일 앱 '아차'를 출시했다. 지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차의 현재 이용객은 약 5000명. 지출관리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이 주 타깃층으로 금융상품 판매 플랫폼으로 한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아차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금융플랫폼그룹 일원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한미영 그룹장이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아차의 핵심은 지출관리 서비스다. 지출관리라고 하면 가계부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면 소비와 수입 내역을 계산해 어느 시점에 내 주머니에 잔고가 얼마 남아있을 거라고 알려주는 개인 현금흐름 서비스에 가깝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계좌 잔고와 카드 내역이 뜬다. 여기에 매월 언제 월급을 받는지 입력하면 특정 일자에 얼마가 남는지를 계산해 준다. 현시점 기준 연말정산 현황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금융 앱은 외부 데이터를 가져와 지금의 재정 상태를 정리해 주잖아요. 아차는 소비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잔고가 얼마가 될지 알려주는 거죠. 서비스 준비하는 데 1년 걸린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몰랐으니 해내지 않았아 싶어요."

금융회사의 여러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특히 어려웠다. '무식한 작업이다', '왜 시작했을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음속에 오기가 생겼고, 우여곡절 끝에 출시해보니 생각지도 못한 고객 반응에 놀랐다.

지난 8월 출시 이후 이렇다 할 프로모션이 없었음에도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아차 이용자 수는 대략 5000명 수준이다. 주로 30대 안팎의 젊은 여성이 아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엄마들의 진심이 아차로 이어지는 기분이다.

"토스나 뱅크샐러드 등과 같은 기존 핀테크 앱을 써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앞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꾸준히 트래픽을 일으키는 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올해 말까지 이용자 5만 명 확보가 목표입니다."

아차는 기획 당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현재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면 개인 소비 성향에 꼭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유력 상품 판매채널로 업그레이드해 이용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려고 한다. 유비벨록스의 2대 주주는 지분 8.80%를 갖고 있는 NHN엔터테인먼트인데, 여기서 운영하는 여성향 모바일 앱 아이엠스쿨, 핑크다이어리 등에 광고를 띄울 계획이다.

앞으로 갈길은 한창이고 해야할 일은 많지만 지금이 즐겁다. 한 그룹장은 "스마트카드 제조회사가 모바일 플랫폼을 신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업권을 뛰어넘는 도전"이라면서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엄마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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