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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정책+]4세대 실손 전격 해부…갈아탈까?

  • 2020.12.10(목) 14:23

'비급여 차등보험료' 적용‥과다 의료이용 문제 해소
보험금 300만원 이상이면 이듬해 보험료 4배 증가
자기부담금 상향 보험료 낮춰, 공보험 연계돼야 효과

내년 7월부터 받은 보험금에 따라 낼 보험료가 달라지는 새로운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이 나옵니다.

이 상품은 그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도 높은 손해율 탓에 보험료가 크게 올라 불만이 많던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이 기대됩니다. 반면 보험금을 많이 타간 가입자들의 경우 이듬해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매년 수조원의 누적적자로 보험사들이 판매를 중단하고 가입을 제한한 데 이어 이제 실손보험 유지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자 보다 실질적인 손해율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련기사 ☞ [보험정책+]車보험처럼 할인·할증되는 실손보험 나온다)

실제로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위험보험료 기준)를 웃돕니다. 보험사가 보험료 100원을 받아 130원을 보험금으로 내줬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적자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1조2000억원, 2019년엔 2조5000억원에 달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3년반 사이 누적 적자만 6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도수치료나 각종 주사제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 과잉진료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새로운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를 과도하게 받는 상위 1.8% 가입자의 보험료를 크게 높이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혜택을 소폭 줄이는 대신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새로이 바뀌는 4세대 실손보험이 38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국민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에 생명 유지장치를 달아줄 수 있을지 세부 사안들을 짚어 봤습니다.

◇ 많이 탄만큼 보험료 오른다…'보험료 차등제' 도입

* 급여와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로 갈립니다.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급여와 비급여로 나뉘는데 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비를 일부 지원합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이 100% 지불해야 하는 병원비입니다. 실손보험은 실제손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이라서 '급여의 본인부담+비급여'를 보장합니다.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보험료 상승의 주범인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비급여 보험금 지급에 따라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일부 가입자가 지나치게 많은 보험금을 타가면서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른 만큼 자동차보험처럼 보험금을 많이 탄 사람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실제 2018년 기준 실손보험금(표준화 실손) 통계를 보면 가입자의 3.4%, 의료 이용량이 많은 상위 10%가 연간 지급한 보험금의 56.8%를 타갔습니다. 의료 이용이 없어 아예 보험금 신청을 하지 않은 가입자가 전체의 65.7%였습니다. 가입자의 3.4%가 연간 354만원의 보험금을 받았고 66%는 한 푼도 받지 않았는데 보험료는 똑같은 폭으로 오른 겁니다.

특히 지급보험금이 연평균 17% 넘게 늘어나면서 보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도 적자가 이어지면서 실손보험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자기부담금이 없는 표준화 전 실손보험(2009년 이전 출시)의 위험손해율은 144%, 표준화 실손은 135%, 자기부담금을 더 높이고 도수치료 등 비급여를 특약으로 일부 뺀 신(新)실손보험(2017년 4월 출시)도 지난해 위험손해율 100%를 기록했습니다.

때문에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주계약에서 보장하던 구조를 급여는 주계약에서 비급여는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보장영역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가장 핵심인 보험료 차등제는 총 5등급으로 나눠 적용됩니다. 비급여를 기준으로 지급보험금이 300만원 이상이면 다음 해 300%의 할증률을 적용해 보험료가 4배까지 오릅니다. 300만원 미만은 200%, 150만원 미만은 100% 할증됩니다.

지급받은 보험금이 연간 100만원 미만일 경우 보험료 변동이 없으며 보험금을 타지 않았을 경우 이듬해 5%가량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할인율은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당국은 전체 가입자의 72.9%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험료 할인·할증을 적용받지 않는 비중은 전체 가입자의 25.3%, 보험료 할증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8% 수준으로 점쳤습니다.

보험료 할인·할증을 적용하려면 충분한 통계 확보가 필요한 만큼 4세대 실손을 도입한 후 3년이 지난 후부터 할인·할증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할인·할증 적용 등급은 매년 새롭게 갱신됩니다. 올해 의료이용이 많아 내년 보험료가 올랐다고 해도, 내년에 별다른 비급여 이용량이 없어 보험금을 거의 타지 않았다면 이듬해에는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 자주 가야 하거나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이고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할인·할증제도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암·심장질환 등으로 치료중인 ▲국민건강보험상 산정특례 대상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1~2등급에 해당하는 장기요양대상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이 4세대 실손에 가입했을 경우 기존 상품보다 보장 내용은 소폭 줄지만 보험료는 더 저렴하고 할인·할증은 적용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자기부담금 상향…보험료는 표준화 실손대비 70% 인하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과 보장 범위 자체는 비슷합니다. 다만 통원의 회당 보장한도를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하고 대신 180회 한도를 없앴습니다. 다만 비급여에 한해 차후 별도의 통원횟수 제한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는 급여와 비급여 모두 입·통원 합산 연간 5000만원까지 보장합니다.

다만 무분별한 의료이용을 막기 위해 자기부담금을 급여의 경우 기존 10%와 20% 중 선택하는 방식에서 20%로 단일화하고, 비급여는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습니다. 통원 공제금액도 높아집니다. 기존에는 급여와 비급여를 합해 외래의 경우 1만~2만원, 처방시 8000원을 공제했지만 4세대 실손보험은 급여는 1만원(상금·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는 3만원으로 변경했습니다.

자기부담금과 공제금액 인상으로 보험료는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40세 남자 기준 현재 예상되는 4세대 실손보험료는 1만929원 수준으로 2009년 출시된 표준화 이전상품과 비교하면 70% 정도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표준화 실손이나 신실손과 비교해도 각각 50%와 10%가량 보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됩니다. 기존 상품의 손해율이 높은 만큼 보험료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보장 내용과 자기부담금 등에 차이가 있어 전환하기 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 공·사보험 연계성 강화…복지부 비급여 관리 팔 걷어붙여

실손보험을 활용한 불필요한 과당 의료이용 문제는 실손보험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까지 악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때문에 공·사보험의 연계성 강화를 비롯해 정부 차원의 비급여 관리도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내년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의 시행계획을 세우면서 비급여 영역의 관리를 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걸었습니다. 기존에 상급병원이나 종합병원 등 일부만 실시했던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내년부터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의무화합니다.

또 몇 년 간 진척이 없던 비급여 분류체계 표준화도 내년부터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관련기사 ☞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책?…비급여 표준화 '말뿐') 이 경우 병원별, 병원종별로 크게 벌어지는 비급여 진료비의 적정가격 형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비롯해 비급여 표준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국을 비롯해 의료계의 공조도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손보험이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을 보조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향후 공·사보험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4세대 실손보험은 재가입 주기도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습니다. 의료 환경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보장내용 변경주기를 단축해 공보험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만 소비자피해가 없도록 재가입 시 보험사는 과거 병력 등을 이유로 계약인수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실손보험은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고 기존 상품 가입자들이 이미 3800만 명이 넘는 만큼 이번 개편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다만 근본적인 문제인 의료서비스 과다이용에 대한 통제장치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했고 여기에 보건당국의 비급여 관리를 비롯해 실손청구 간소화 문제가 해결되면 장기적으로 개선 효과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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