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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2년째 발 묶인 AI 보험설계사, 언제쯤 빛볼까

  • 2021.04.23(금) 15:15

혁신금융 지정 2년됐지만 개시 못한 채 기간 연장
'한화손보'로 협업사 변경에도 상용화 어려운 상태
소비자 수용여부 관건…규제샌드박스가 외려 발목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설계사 일명 'AI보험설계사'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지 2년이 흘렀지만 서비스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본래 지정 후 2년 내 성과를 입증해야 서비스 연장이 가능하지만 서비스 개시조차 안 된 상황이어서 지난 14일 당국이 제휴보험사 교체와 2년간의 시행 기간 연장을 인정해 줬다.

하지만 협업 보험사가 바뀌었어도 이른 시일 내 AI설계사 상용화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로운 협업사가 아직 고객이 'AI설계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국이 실행 가능성이나 진행 상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서비스를 허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규제샌드박스가 오히려 AI설계사 등장에 발목 

인슈어테크 업체인 페르소나시스템은 지난 2019년 5월 금융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AI인슈어런스 로보텔러 일명 'AI설계사'에 대한 금융규제 특례를 인정받았다. 현재도 AI를 활용한 맞춤형 보험상품 제시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지만 보험권유에서 설명, 청약까지 전 과정을 AI를 통해 실시하려는 것은 최초다. 

금융권에 AI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보험권 내에서 관심도 높았다. DB손해보험이 페르소나와 협업을 맺었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자체가 독점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어서 다른 보험사들 역시 AI설계사 도입을 위한 준비들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AI설계사 출현이 2년 가까이 불발되면서 오히려 다른 보험사들 역시 AI설계사 도입 길이 막히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중 일부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독점적 지위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서비스라고 해서 진입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업권별로 소비자 보호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등 위험성을 따져 심사하고 효과가 검증된 경우에만 추가적으로 받아주는 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AI설계사는 사람이 실수로 중요 설명을 빠뜨리거나 다르게 설명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막을 것이란 장점이 인정됐다. 하지만 반대로 설명 중간에 고객의 의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등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여부가 우려됐었다. 이 부분에서 오히려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당국에서도 해당 서비스가 가능한 보험사를 한곳으로 한정하고 판매 가능한 건수도 연간 최대 1만건으로 제한했다. 대신 편의성과 불완전판매 효과가 입증되고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경우 보험사의 1차적 책임을 전제로 AI설계사 모집을 허용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당초 지난해 1월 예정이었던 시행이 특례기간 만료를 앞둔 현재까지도 미뤄지면서 사실상 시행 자체가 불발돼 검증이 이뤄지지 못해 AI설계사를 시도하려고 하는 중간진입 길이 막힌 게 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관심도가 높아지고 내부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기술 도입을 하고 있던 만큼 비슷한 서비스의 AI설계사 도입을 준비하거나 관심을 가진 곳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오히려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준다는 규제샌드박스가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한화손보, AI설계사 시행 여부…소비자 수용 관건 

AI설계사 길이 막혀있는 사이 금융당국이 디지털금융 확대 지원을 위해 금융분야 AI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상황에 놓였다.

AI설계사 협업을 진행할 신규 보험사 역시 당국이 상반기 예정 중인 보험권의 AI 기술 활용 범위 내에서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AI설계사를 실현할 새로운 협업 보험사는 한화손보다. 한화손보는 최근 페르소나시스템의 AI설계사 관련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기술점검을 진행하고 다음주 중으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소비자 인식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AI설계사 관련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내용을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AI설계사에 대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당장 바로 AI설계사를 시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설계사와 AI로보텔러를 같이 활용해 효율화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있다"라며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역에서 시작해 효과가 있으면 단계적으로 진행해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상반기 금융권 AI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 중인 표준상품설명대본을 AI가 대신 읽어주고 TM(전화를 통한 보허가입)과 CM(온라인보험 가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영업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혁신금융서비스 무분별한 수용 문제 지적도 

이처럼 혁신금융서비스가 시행이 제대로 안되거나 시행이 됐더라도 오히려 제대로 서비스가 되지 않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의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에 대한 문제 지적과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AI 관련 금융 규제를 완화할 계획인 만큼 굳이 혁신금융 서비스가 아니라도 현재 계획들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비스의 혁신성을 따지고 길을 열어준다는 취지지만 혁신성만 쫓을 뿐 실행가능성이나 진행 상황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서비스를 수용해 준 느낌이 있다"라며 "2년 동안 AI설계사가 나오지 못한 배경도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점이 컸는데 오히려 이 기간동안 다른 시도들이 막혔다"라고 지적했다. 

단 AI가 청약의 모든 과정을 실시하는 AI설계사는 혁신금융서비스 외에는 아직까지 보험업법에 막혀있는 만큼 고객들의 인식전환과 이를 전환시킬 수 있는 접점 마련이 중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박사는 "AI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소비자의 고민이나 감정적인 부분까지 인식해 그에 맞는 상품을 잘 선택해 전달해 준 것이냐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라며 "이전까지 AI와 고객이 직접 대면하는 경험들이 적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은 단순히 상품을 제시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보험가입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하는 만큼 소비자가 AI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경험들이 생겨나야 한다"라며 "상대적으로 2030세대의 경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소통할지가 AI설계사 실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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