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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카카오뱅크 상장이 남긴 것

  • 2021.08.10(화) 14:32

[선 넘는 금융]
기존 금융사 가치평가 공식 완전히 깨져
금융서비스 분화, 꼬마뱅크 허용 등 조언

연목구어(緣木求魚, 목적이나 수단이 일치하지 않아 성공이 불가능함), 플랫폼이기 전에 은행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상장에 앞서 일부 증권사에서 낸 보고서 제목들입니다. 또 다른 제목들을 볼까요. 

세계 최고 수준의 Neo-Bank!!, 처음 가보는 길.

두 부류의 차이가 확연하죠. 상장 전은 물론 상장 후에도 여전히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일단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첫 행보는 전자보다 후자에 더 방점을 찍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닌데요.

상장 첫날 적정 가치에 도달해 버렸다.

전날(9일)에는 기존에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던 증권사가 낸 보고서 제목입니다. 이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6만4000원으로 분석을 개시했는데 이미 목표주가를 넘어버리면서 투자의견을 '매수'가 아닌 '중립(HOLD)'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존재인 만큼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카카오뱅크의 남다른 비상은 기존 기업가치 분석 상으로는 사실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리 기존 은행과는 전혀 다른 금융 플랫폼을 지향한다지만 예적금을 판매하고 대출을 해주는 은행 본연의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반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상장 후 이틀간 주가를 놓고 보면 금융주 1위 자리를 손쉽게 꿰차면서 투자자들은 전문가들이 평가한 것 이상으로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 모습인데요. 이와 대조적으로 은행부터 증권, 보험, 캐피탈까지 모든 금융을 아우르며 카카오뱅크와 비교할 수 없는 이익을 낸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권은 오랫동안 돈 잘 버는 금융주가 저평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에 손쉽게 시가총액을 추월당한 현 상황에 분을 삭이는 모습입니다. 카카오뱅크도 별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그간 우려했던 빅테크 공습의 처참한 결과가 눈앞에 제대로 펼쳐졌다는 전언입니다.

현재 대형 금융지주들은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고 카카오뱅크에 대적하기 위한 금융 플랫폼 구축에 혈안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대세 역전은 물론 최종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금융에 뛰어든 카카오나 네이버와 달리 금산분리 규제에 꽁꽁 묶인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이미 승산 없는 싸움이라는 얘기가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옵니다.

물론 카카오뱅크가 계속 꽃길만 걷지는 않을 겁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부여받은 중금리 대출 확대 임무를 이행해야 하고, 향후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습니다. 본업인 은행업에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존 은행주들과 비슷한 가치에 수렴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침 상장 사흘째인 카카오뱅크 주가는 장중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주가 향배를 떠나 카카오뱅크 상장은 '메기'가 '고래'가 됐음을 증명하면서 향후 은행 산업 재편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그만큼 정책당국의 역할도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등이 빅테크의 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조언은 곱씹어 볼 만한데요. 한국은행은 디지털 혁신으로 기존 금융기관이 포괄적으로 제공했던 서비스가 핀테크와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 있는 개별 서비스 중심으로 대체되면서 분화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넷은행 등이 금융시장 진입을 확대하면서 기존 금융을 위협할 수 있는 '금융 디스럽터'가 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도 함께 인용하며 결국 '금융 디스럽터'와 기존 금융사 간 분업과 경쟁이 이어지면서 빅테크와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금융연구원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는데요. 특히 당국이 디지털 혁신에 맞게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 은행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업무 단위별로 인가 요건을 차별화하는 진입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벤처투자전문은행 등과 같은 '꼬마뱅크' 설립을 기존 은행에도 허용해 공정경쟁 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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