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하나금융지주의 새로운 수장이 확정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앞으로 3년간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이 이끌게 됐다.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서울 을지로 명동 하나금융지주 명동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함영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포함한 주주총회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법적리스크 이겨낸 함영주 회장
올해 하나금융지주의 주주총회는 금융권 최대의 화두였다. 10년간 하나금융지주를 이끌던 김정태 회장이 퇴임하고 그 바통을 적통 후계자로 꼽히는 함영주 부회장이 이어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10년만에 하나금융지주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주주총회 직전 함영주 회장의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였다.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뒤이어 이뤄진 DLF관련 금감원의 중징계 효력정지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다. 함영주 부회장은 곧장 항소와 함께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회장이 될 수 있는 길은 마련해뒀다.
문제는 세계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이같은 법적 리스크를 바탕으로 함영주 회장의 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이었다. 외국인 지분률이 70%에 육박하는 하나금융지주의 특성을 고려하면 외국인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ISS의 권고안은 큰 영향력을 끼친다.
다만 주주총회 전날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한숨 돌리는 모습이었다.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함영주 회장 선임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자 주주들의 표심 역시 함 회장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영주 부회장이 법적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회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며 "이제 하나금융지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함영주 호 선원들 전진배치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 선임 최종 결정 이전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하면서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아직 임기가 남은 주력계열사인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그리고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 교체했다.
특히 이번에 계열사 CEO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 대부분 함영주 회장이 KEB하나은행장을 지내던 시절 중용됐던 인물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과 합을 맞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새로 CEO로 선임된 △박승오 하나캐피탈 사장 △김재영 하나손해보험 대표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 등은 모두 함영주 부회장이 KEB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부행장, 전무, 본부장 등으로 승진시키며 중용했던 인물들이다.
앞으로는 지주내 핵심 경영진들의 변화도 예상된다. 그동안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 산하에 함영주, 이은형, 지성규 부회장이 각각 ESG, 글로벌, 디지털 등 핵심 사업분야를 총괄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함영주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지성규 부회장이 하나금융지주를 떠나 바디프렌드로 적을 옮기기로 하면서다.
금융권에서는 정기 인사철은 지났지만 함영주 회장을 중심으로 지주내 주요 요직을 변경하는 임원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떠나는 김정태에 50억 특별공로급 지급
이번 주주총회에서 하나금융지주 주주들은 10여년간 하나금융지주를 이끌어왔던 김정태 회장에게 50억원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안건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앞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긴 했지만, 지난 2012년 3월부터 10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구 외환은행과 구 하나은행의 합병 등 굵직한 결정등을 연이어 내리며 하나금융지주를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로 키운것에 대한 공로를 주주들이 인정한 셈이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개정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6개 모든 안건들도 원안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