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시장금리 변동 폭이 작게 반영되는 신용대출 상품 개발을 주문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기에 차주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고정형 상품 비중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은행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고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선 은행별 특성을 고려한 금리산정체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7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선 은행 금리산정체계 정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4일 밝혔다.
코픽스 반영 신용대출 상품 개발
실무작업반에선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반면 인하기에는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개정한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하는 은행별 자체 금리산정 점검(반기) 때 대출금리 조정·변동 일관성과 합리성을 주요 항목으로 관리·점검토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필요하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공동으로 은행별 점검결과를 비교·분석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대안으로는 금리 변동기에 은행이 취급하는 대출의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시계열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공시항목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점검했다.
지난해처럼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시장금리 변동폭이 확대될 때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도 다뤘다. 신용대출의 경우 85% 이상이 대출 상품 준거금리로 은행채와 CD 등 단기 시장금리를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4.1%포인트 상승했다는 게 금융위 분석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 개발·취급 확대 방안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변동성이 작은 신잔액 코픽스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는 방안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준환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은행채나 CD금리보다 코픽스 금리가 낮아 도입되면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은행별로 상품 개발을 점검해야겠지만 도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산·우대금리 산정체계 점검
대출금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산금리 산출도 은행별로 편차가 큰지, 적정 수준보다 과도하게 계상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필요하면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공시 강화에 대해선 신중론이 제기됐다. 소비자 측면에서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점은 긍정적인 반면 과도한 정보는 오히려 소비자 이해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대금리의 경우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대출금리의 기준을 어떤 금리(CD·은행채·코픽스 등)로 설정할지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되는 방안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권에선 금리산정체계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필요성은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다만 은행별로 경영환경과 조달금리, 고객군 등이 다양해 은행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상품 가격인 금리산정에 있어 은행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여타 기업과 달리 은행은 국민 경제생활과 밀접하고 공공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해 금리산정이 국민과 금융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리 변동 진폭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라며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점검을 통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신속히 관련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