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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되면…저축은행·인뱅 '기대'

  • 2024.01.31(수) 16:40

국민의힘 예금자한도 1억원 상향 공약 발표
대형저축·인뱅 웃고 소형저축·시중은행 울상

20년 넘게 5000만원에 묶여 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도 1억원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소식에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지면 특히 대형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 사이에서는 자금 유입은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이미 예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데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 조정되면 고객들이 안심하고 자금을 추가로 예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권 또한 예금자보호한도 증가로 들어오는 예금 잔액이 많아지면 유동성과 자금조달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이나 시중은행들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들과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예보료만 더 내고, 대형 저축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멈춰있던 예보 한도…바뀌나?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30일) 국민의힘이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된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현행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은 2001년 도입했다"며 "지난 20여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배 상승한 점을 고려해 보호 한도의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해 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말한다.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예·적금이나 예탁금 등 원금 보장 상품만 적용되고, 주택청약저축·펀드·파생상품·후순위채권 등은 대상이 아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지난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째 묶여있다. 그간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20여 년간 늘어난 경제규모와 국민소득, 물가 등을 반영해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1561달러에서 2022년 3만2410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개인 금융 자산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원)까지 보호가 된다. 

특히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사태 이후 디지털뱅킹 활용도가 높은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그간 금융당국은 '현행 유지' 쪽에 무게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2금융권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한도 상향 시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금이 몰려 건전성 우려가 커질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도 상향 시 금융기관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보료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 총예금 가운데 예금보험 적용을 받는 5000만원 이하 부보예금 비율은 98.1%다. 

업권따라 희비 갈려 

금융권은 술렁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대형 저축은행들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반기는 모양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예금이 몰려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영업 범위가 비대면으로 한정, 디지털 뱅크런 가능성이 시중은행 대비 높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예금자보호한도가 늘어나면 이 부분이 해결될 수 있어 1억원까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에 예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대비 예금금리가 높고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도 운영 중이지만 비대면이라는 특성상 예금을 넣을 때 예금자한도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1억원으로 한도가 상향되면 그런 불안이 잠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저축은행들도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보장 범위가 높아질수록 자금 확보가 수월해진다. 한국금융학회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예금 수취라는 비슷한 기능을 갖는데 저축은행 예금자는 은행보다 보호 한도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실제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보예금(예금보호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비중은 은행은 80.01%에 그쳤지만 저축은행은 93.24%에 달한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자보호 한도를 맞춰 예치해 놓은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한도 늘어나면 유동성이나 자금조달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며 "특히 고액 자산가의 경우 여러 곳에 분산해 둔 예금을 한곳에 넣어 충성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중은행과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한도 상승에 따른 예보료율 인상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료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기금 조성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료율도 인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예보료만 더 내고,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대형 저축은행 등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중소형 저축은행 역시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고객 유치가 쉽지 않아 예보료율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전체 자금 중 80%가 상위 10개 사에 몰려있다. 이 상황에서 예보료율이 인상되면 사업비가 증가하는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한 중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가 상향되면 그나마 대형과 중소형저축은행으로 예금을 분산해 놓았던 소비자들이 대형 저축은행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 경우 소형저축은행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때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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