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대출 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보다 강력한 규제를 통해 대출을 조이기로 했다.
또 은행권을 향해 전세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 DSR을 산출할 것을 주문했다. 향후 추이를 통해 DSR 적용 범위를 넓히거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조치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19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가계부채 증가세에 따른 이같은 정부 조치사항을 전달했다.
우선 수도권 주담대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DSR 규제를 강화한다. 금융위는 올 초부터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향후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다. 이를 통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초기에는 스트레스 금리(1.5%로 산출)의 0.25%인 0.375%를 적용(1단계)하고 7월부터 2단계(스트레스 금리의 0.5% 적용)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연착륙과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2단계 적용 시점을 두 달 뒤인 9월로 미뤘다.
이로 인해 7월 이후 대출 수요가 집중되며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선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스트레스 금리의 0.5%)가 아닌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이와 함께 9월부터 은행권은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여기에 가계대출 추이 점검을 통해 필요 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면 은행들은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 ▷관련기사: 금통위 코앞, 안 잡히는 가계대출…금융당국 '초강수' 두나(8월19일)
특히 김병환 위원장은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의 경우 일회성이 아닌 은행의 부채관리가 동반돼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올 상반기 소상공인 대출잔액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보다 380조원 가량 늘었다"며 "정부가 금융권과 협력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새출발기금 등 조치를 취했지만 소상공인 부채가 우리 경제 뿐 아니라 은행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 맞춤형으로 상환 부담을 줄이려면 차주 상환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은행 역할이 중요하다"며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접근 방식을 차주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 시스템으로 내재화 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끊이지 않은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은행권 신뢰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당부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은행은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신뢰 이슈가 불거지는 등 환골탈태한다는 심점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 해달라"며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 혁신을 위한 규제개선 추진을 약속하며 당근책도 제시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모델을 탈피하고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혁신 노력은 금융소비자가 체감해야 하고 국민 경제적 필요에도 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권 혁신 노력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걷어 내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선 소상공인 지원과 은행 혁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지방은행 간 협업 촉진 등을 제안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소상공인 어려움을 완화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은행이 먼저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은행에도 우호적인 제도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동안 논의됐던 은행 업무범위 개선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국민경제와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면 망분리 혁신과 같은 좋은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