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간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경력설계사 1만4901명에게 총 2590억원, 1인당 1740만원의 정착지원금이 지급됐습니다. 통계적으로 정착지원금을 많이 받은 설계사 수가 많을수록 부당승환계약도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본홍 금융감독원 보험검사3국 수석은 "금감원이 지난 2~4월 중 소속 설계사 1000명 이상 GA 39곳을 대상으로 2022~2023년 정착지원금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착지원금 모범규준 설명회'에서다. 여기엔 소속 설계사 500인 이상인 대형 GA 73곳의 준법감시인 및 내부통제 담당 부서장이 참여했다.
정착지원금은 쉽게 말해 설계사 스카우트 비용을 의미한다. 설계사가 보험사 또는 GA 이직 시 이전 체결한 보험계약 수수료를 포기하고 이동하는 만큼, 위로금 명목으로 새 회사에서 지급하는 돈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GA가 수억원에 달하는 정착지원금을 내걸고 설계사를 모집해 논란이 됐다.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노린 '철새 설계사'가 늘면 고아계약, 부당승환계약, 경유계약 등이 발생해 소비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문제는 수천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정착지원금이 사실상 '깜깜이'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제어할 기준이나 절차를 갖춘 GA가 별로 없었다. 금감원이 앞서 조사한 39곳 중 27곳만 본사 차원에서 정착지원금을 통제했고, 나머지는 아예 모르고 있거나 지사(지점) 자체적으로 운영했다.
정착지원금 취급 대상과 선정 기준도 모호했다. 26곳은 지급대상 기준만, 23곳은 금액 산정기준만 있었다. 정착지원금 상한액을 운영하는 곳도 16곳에 그쳤다. 당초 마련된 GA 자율협약에서는 분할지급이 명시돼 있지만 2곳에서만 분할지급이 이뤄졌다. 나머지는 선지급이 기본이거나 일부 선지급, 일부 분할지급 등 혼합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구 수석은 "앞으로도 부당승환과 관련된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제재도 엄정히 진행될 예정"이라며 "GA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보험개혁회의 등에서 추가 (규제) 논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스카우트 경쟁→승환계약·상품쏠림…금감원, GA 검사 강화(2월28일)
앞으로 100인이상 중·대형 GA에서 설계사 영입 시 지급한 정착지원금 총액을 분기마다 공시하는 것도 '공룡'으로 성장한 GA에 지워진 의무라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GA협회는 이날부터 정착지원금 모범규준을 신설, 자율규제 기능을 부여했다.
정착지원금 모범규준 안착을 위해 중·대형 GA에 10인 이내의 준법감시인으로 이뤄진 정착지원금 모범규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설계사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착지원금 지원대상 및 산정·지급기준 등을 마련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GA협회 관계자는 "정착지원금 모범규준 운영을 통해 자율협약과 모범규준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함으로써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이 완화되고 정착지원금이 합리적으로 집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에 대한 비용 전가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업비 부담 완화를 통한 안정적인 이익 창출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