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올해도 가계부채 관리를 경상 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 등 예정된 정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정책금융 등도 필요하면 공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 이에 대한 금융공급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은행에 대해선 대출 공급에 여유를 줄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산업은행에 별도 기금을 만들어 직접 투자 등 적극 지원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스트레스DSR 3단계 7월 적용…정책대출 속도조절
김병환 위원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가계부채 관리 운영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상 성장률 범위(3.8% 예상) 내에서 관리하고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 등도 계획대로 오는 7월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은행 내부적으로 산출해 관리하는 DSR에 대해선 차주의 소득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상 성장률 안에서 관리하고 세부적으로 은행권과 당국이 협의하고 있다"며 "스트레스 DSR은 예정대로 7월부터 시행하고 스트레스 금리 수준과 적용 대상 등은 가계부채 증가 수준과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4~5월 중 구체적으로 정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DSR을 적용받지 않는 대출에 대해선 차주의 소득을 확인하는 작업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금융사들이 내부관리 DSR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갖고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소득심사를 하지 않는 대출도 소득자료를 받아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방은행은 대출 공급에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은행은 지방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정책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지방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더 탄력적으로 협의해 3.8% 범위보다 좀 더 높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권 금리에 대해선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금리는 정부나 정치권이 강하게 개입하는 부분은 조심스럽지만 은행들이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 인사 속도와 폭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은행들이 반영해야 할 시기로 보고 있고 올해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고 있어 이 같은 방향으로 모니터링하고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을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는 정책금융에 대해선 현재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금융은 서민 주거지원이라는 목적이 분명해 이에 맞게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정책금융 기본 입장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무주택자가 저금리로 주택을 구입하도록 기회를 준다는 목적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선 증가 속도는 상황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는 부분은 부처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로 낮추는 내용에 대해선 '시장 정상화'라는 점을 피력했다. 그 동안 전세대출을 100% 보증했는데, 이로 인해 대출 시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하지 않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는 게 김 위원장의 평가다.
김병환 위원장은 "전세대출 보증비율 인하는 가계부채 억제 효과도 있지만 보증비율이 100%이면 은행이 대출할 때 심사를 하지 않는 비상식적 조치"라며 "수도권의 경우 보증비율 추가 인하 등은 부동산 시장 방향과 가계대출 추이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기금으로 반도체 지원…우리금융 생보사 인수 유동적
김병환 위원장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 방안도 공개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에 별도 기금을 조성해 기업들이 반도체 설비 투자 시 직접 투자하는 방식 등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대출 지원만으로 (산업)경쟁에 이길 수 있을지 우려가 있고 보조금 지급은 재정여건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지분 등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를 위해 산업은행에 별도 기금을 만들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원하는 방식을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투자 등을 통해 지원하면 자본비율(BIS비율) 등이 악화돼 공급에 한계가 있어 별도 기금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별도 기금으로 투자하면 더 적극적으로 금융을 지원할 수 있다"며 "이는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관계부처 협의를 마치면 국회에 제출해 빠른 시간 안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원 대상인 산업 분야와 규모 등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김병환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의 생명보험사 인수(동양·ABL생명)와 관련해선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짚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으니 절차에 따라 심사할 것"이라며 "검사결과도 심사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로 절차 역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