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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 부담 커진 보험사…후순위채 흥행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 2025.02.12(수) 07:50

한화손보·메리츠 흥행 성공…롯데손보는 철회
금리·할인율 현실화…킥스 비율 더 내려갈 수도
금리 높은 후순위채, 보험사 이자도 '눈덩이'

보험사들이 연초부터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수단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는데 흥행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새회계제도(IFRS17) '무·저해지 보험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킥스 비율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킥스는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보험사 미래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고 보고 이를 보수적으로 가정하도록 했다.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CSM이 줄어들고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는 이유다. 

킥스 비율 "먼저 높이자"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후순위채는 부채지만 만기가 5년 이상인 경우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DB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DB생명은 당초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지만, 수요예측에서 3000억원이 넘게 몰리며 당초 계획보다 많은 3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앞서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올해 보험사 중 처음으로 자본성 증권을 찍었다. 한화손보 역시 3000억원을 발행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수요에 규모를 늘렸다.

메리츠화재는 오는 13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도 발행규모가 1500억원에서 2배 늘었다. 동양생명은 지난 1월 이사회에서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 증권 발행을 결의했다. DB손해보험도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후순위채 발행을 철회한 곳도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가 지난 5일 철회했다. 

롯데손보 측은 "금리 상황, 급격한 경제와 대외 여건 변화 및 새로운 제도 도입 등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시점을 연기하는 것으로 대표 주관회사와 협의해 채무증권 발행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정 변경·금리·이자부담에 '한숨'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 흥행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 가운데 향후 자본확충에 나서는 보험사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으로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지 못하는 보험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150% 이하인 곳은 생명보험사 4곳, 손해보험사 2곳이었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전·후 킥스 비율을 살펴보면 △푸본현대생명 17.3%·200.9% △MG손해보험 35.9%·43.4% △KDB생명 66.3%·179.5% △ABL생명 113.1%·152.5% △롯데손해보험 128.7%·159.8% △iM라이프 131.0%·178.0% 등이다.

경과조치는 IFRS17 도입 시 보험사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했다. 킥스 시행 이전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은 전체 요구자본의 15%까지 경과 기간 보험사의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한도 초과분은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또 책임준비금 증가분도 점진적으로 인식돼 이를 가용자본에서 일시에 차감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차감할 수 있다. 경과조치 후에도 킥스 비율이 150%를 넘지 못하는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이 더 시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킥스 비율을 유지하는데 부담 요인이다.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상품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산 보유기간보다 부채 보유기간이 더 길다.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 증가 폭이 자산 증가 폭보다 더욱 커 순자산가치가 감소하게 되고 킥스 비율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생보사 킥스는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의 증권신고서에도 "향후 시장금리 하락 및 할인율 현실화 방안으로 인해 추가적인 킥스 할인율 하락이 예상돼 자본 감소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킥스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할수록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후순위채는 변제 순위가 낮은 대신 일반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보험사의 이자 부담이 크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나 대기업 계열 보험사보다 더 높은 이자를 제시해야 발행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해지율 가정 변경 등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후순위채 발행으로 감당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상당하지만, 킥스 비율을 방어하려면 자본 확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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