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금융권이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 강달러 현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뚫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은행권은 자본비율 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관세부과 조치로 인한 산업 영향 등을 분석하면서 산업별 등급 평가 조정 등도 검토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사업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선고 이후에도 계속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내수 경기 영향에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4원 상승한 147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달러 값은 지난달 31일(1472.9원)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후 전날 하락 마감하며 1460원대로 내려왔지만 하루 만에 다시 1470원선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뚫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험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이다. 간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 대미 주요 수출국을 대상으로 10~49%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가 붙는다. 중국 34%,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도 예외는 없었다. 관세 발효는 기본관세가 오는 5일, 국가별 관세가 9일부터다.▷관련기사 : 트럼프, 한국에 25% '억지' 관세폭탄(4월3일)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발 상호 관세가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교역 사이클이 급격히 둔화하면 국내 경제는 성장 둔화 압력에 노출될 수있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주주 비중이 높은 일부 은행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금융지주사들이 본격적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나선 상황에서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은 주주 배당 여력을 좌우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은행권(은행지주 8개·비지주은행 9개 기준)의 CET1은 지난해 말 13.07%로, 전 분기 말 대비 0.26%포인트 내려갔다. CET1은 KB금융이 13.53%, 하나금융은 13.22%, 신한지주는 13.06%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12.13%로 집계됐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수치다. 통상 원·달러 환율 10원 증가 시 CET1이 1~3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환율 급등에 따라 관련 조직에서 유관부서 협의를 통해 환율수준별 관리방안을 수립·대응 중에 있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적용 리스크 관리에도 힘 쏟고있다. KB국민은행은 관세 부과 영향도를 따져 올 상반기 산업등급 평가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미국 관세인상과 관련해 국내 산업 중 대미 수출이나 판매 비중이 크고, 현지 생산능력 확보 능력이 취약한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 영향과 재무적 대응 능력을 고려해 리스크 수준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상시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관세 부과 영향도를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으로 차별화해 모니터링 하고, 상대국과의 협상과정, 보복관세 부과 수준 등 추가적인 대응 결과를 반영해 올 상반기 말 정기 산업등급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