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국내 보험사들이 휘청이고 있다. 특히 일부 보험사들은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의 금융당국 권고 기준을 사수하는데도 힘겨운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건전성 제도 개선을 당초 구상보다 완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금융사 건전성 관리 등을 주문했다는 점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위기의 보험사, 금융당국도 인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보험사 킥스 비율은 197.9%로 전 분기말보다 8.7%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사들의 순이익 등 늘어난 가용자본보다 금리인하 등의 영향으로 요구자본 증가 폭이 더 컸던 까닭이다. ▷관련기사: '번 돈 보다 쌓을 돈이 더 많다' 보험사 킥스 또 하락(6월17일)
이에 금융당국은 킥스 권고 기준 하향 조정 등을 당초 예상보다 빨리 단행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 후순위채 상환 조건 등은 기존 150%에서 130%로 완화됐고,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현행 대비 80%로 하향 조정 대상) 요건도 190%에서 170%로 문턱이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보험사 건전성 관리체계 고도화를 위해 제도개선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 방안과 2026~2027년 할인율 현실화 시행계획, 건전성 기준상 계리 가정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킥스 규제 체계가 보험사들의 건전한 경영 관행을 확립하는 기반으로 자리잡도록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기본 방침이다. 다만 새 회계제도 도입 후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속도 조절을 통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보험사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방향은 완화하는 쪽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자본 킥스의 경우 관련 규제를 먼저 도입한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 5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입 후 상당 기간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등 당장의 기본자본 확충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확충이 가능한 보완자본과 달리 기본자본은 이익잉여금 확대와 유상증자 등 확충 난이도가 훨씬 높아서다.
여기에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도 일정이 조정될 전망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2027년까지 할인율 제도 강화 일정을 예고했다. 이 중 최종관찰만기(LoT)를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올초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이를 2년에 걸쳐 26년과 30년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최종관찰만기가 늘어나면 할인율이 하락해 보험부채가 늘어나고,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진다. 최종관찰만기 30년 도입을 일정 기간 늦춘 만큼 시장에선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부담을 금융당국이 인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정부 금융당국은 어떻게
금융당국이 일부 새 회계제도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존재한다.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부채 증가 폭이 자산 증가 폭보다 커 보험사들의 가용자본이 줄어들고, 킥스 비율도 하락하는 결과를 낳는다. ▷관련기사: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엎친데 덮친' 보험업계(5월30일)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금융위원회 정책 부분을 떼내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관리 부분과 금융위를 합친 금융감독위원회 재탄생,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감독 부분을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금융위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획위원들은 가계부채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비롯해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제2금융권 건전성 등과 관련해 세심한 관리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하반기 제도개선 TF의 방향에 보험업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한 보험회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회계제도 관련 속도조절은 현재 보험사들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바람직하고 매우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완화 방향성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계획 등은 아직 없어 당국이 속도를 내야 하는데 새정부가 어떻게 운영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