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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일양약품 오너 정도언 2009년 ‘바이오팜’ 만든 속내…차남 몫

  • 2025.06.23(월) 07:10

[중견기업 진단] 일양약품④
정희석, 설립 때부터 줄곧 대표이사 맡아
2020년엔 일양약품서 지분 20% 인수
일양약품 매출 비중 60% 안팎 알짜배기

또 있다. 중견 제약사 일양약품의 2대 사주 정도언(77) 회장은 비록 장남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했지만 차남을 위해 준비한 카드가 광고대행사 대방기획 말고 더 있다. 일양바이오팜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일양약품 3대 체제에서 형제 계열 분할이 이뤄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일양약품을 뒷배 삼아 알짜로 진화하는 일양바이오팜의 2대주주가 차남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
일양약품 최대주주

오너 정도언, 차남 몫 염두 ‘형제 경영’ 구도

정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 정유석(49) 일양약품 사장이 2006년 일양약품 입사 뒤 2011년 5월 이사회에 합류한 데 이어 2023년 4월 공동대표에 오르는 동안, 차남 정희석(47) 일양바이오팜 대표는 단 한 번도 일양약품에 적(籍)을 둔 적이 없다. 소유 지분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현재 일양약품은 정 회장이 21.84%(보통주 기준) 1대주주다. 이외 오너 일가 7명이 4.97%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 5.84%를 합해 총 32.65%를 통해 정 회장은 오너십을 지탱하고 있다. 

반면 일가 중 정희석 대표 몫은 0.16%가 전부다. 2000년 초 0.03%와 비교해도 거의 지분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후계자인 정유석 사장이 같은 기간 0.05%에서 현재 4.24%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반면 일양바이오팜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9년 9월 설립됐다. 정희석 대표는 당시 31살 때 형과 함께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린 뒤 곧바로 대표 자리를 꿰찼다. 형이 일양약품에 입사한 지 3년 뒤다.  

바꿔 말하면 정 회장이 일양바이오팜을 설립하며 차남 몫을 염두에 두고 ‘장남-일양약품, 차남-일양바이오팜’ 형제경영 구도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정 대표는 현재까지 16년간 대표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게다가 일양약품과는 달리 정희석 대표가 일양바이오팜 20% 주주로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양약품이 음으로 양으로 뒤를 봐준 결과다. 

일양바이오팜 주주 및 등기임원

일양약품 음으로 양으로 뒷배 노릇

일양바이오팜은 원래는 일양약품의 100% 출자로 설립됐다. 일양바이오팜은 일양약품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시설을 갖춘 한국아벡스제약의 사업을 양수해 ETC(전문의약품)를 제조하는 CMO(의약품위탁생산) 사업을 개시했다. 

한데, 곧바로 이듬해에 주인이 바뀌었다. 일양약품 계열 IT 업체 칸테크 45%와 정희석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 4명 55% 5인 주주로 재편됐다. 이 역시 정 회장이 차남 몫을 떼 주기 위한 정황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매출은 2010년 35억원→2013년 73억원으로 성장 추세를 보였지만 수익성이 신통치 않았다. 순손실이 한 해 많게는 56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 가서야 5억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결손금이 112억원에 달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일양약품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인수하고, 대여금 128억원 및 미수령이자 28억원 등 155억원을 출자전환해줬다. 2014년 9월 일양바이오팜이 다시 일양약품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던 이유다. 뒤이어 2015년 12월 3대 1 무상감자를 실시하자 일양바이오팜은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났다. 

일양바이오팜 매출 일양약품 비중

정희석 주주된 뒤 바이오팜 매년 배당

정희석 대표가 주주로 재등장한 것은 일양약품이 2013년 이후 매년 예외 없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2020년 4월의 일이다. 일양약품으로부터 지분 20%를 31억원(주당 3만800원)을 주고 인수한 것. 지금껏 일양약품 지분 확보에 소극적인 행보와 대비된다. 

정 대표는 이후 일양바이오팜으로부터 매년 예외 없이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일양바이오팜이 정 대표가 주주로 등장한 이후 작년까지 거르지 않고 적게는 5억원, 많게는 10억원 총 40억원을 푼 데 따른 것이다. 정 대표는 8억원을 챙겼다.  

이는 일양바이오팜이 점점 알짜배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흑자 기조 속에 비록 최근에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2021~2022년에는 매출 114억원, 125억원에 순익 23억원, 25억원으로 순이익률이 20%를 웃돌기도 했다. 

비결은 딴 게 아니다. 일양약품을 뒷배로 두고 있어서다. 2021~2024년 전체 매출 중 일양약품 비중이 59.8%~67.5%, 액수로는 64억~76억원에 이른다. 신약 ‘놀텍’, ‘슈펙트’를 비롯해 일양약품 전문의약품을 주로 위탁·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무건전성이 안 좋을 리 없다. 일양바이오팜은 이익잉여금이 87억원(2024년 말) 남아있다. 순부채 즉, 이자를 지출하는 부채(11억원)에서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47억원)이 마이너스(-) 37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8.3%에 불과하다. 

‘[거버넌스워치] 일양약품 ③편’에서 애기한대로, 정희석 대표는 대방기획의 35% 2대주주로서 2012년 6월부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방기획과 더불어 정 회장의 차남 승계용으로 향후 일양바이오팜의 활용 여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 [거버넌스워치] 일양약품 ⑤편으로 계속)

일양바이오팜 재무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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