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을 살려야 두산이 산다."
두산그룹은 지난 2월, 1조원 규모의 두산건설 지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산중공업의 알짜 사업인 자산 5700억원 규모의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을 두산건설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 오너 일가와 두산중공업이 참여하는 4500억원 규모의 증자도 지난 4월 실시했다. 시장에서 '이 정도면 중공업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정도의 전폭적 지원이었다.
올해 2년차를 맞는 '박용만호(號)' 두산그룹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여전히 건설이다. 수년 째 아무리 쏟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 두산건설을 어떻게 정상 궤도로 올리느냐가 인프라 사업 중심으로 재편한 두산그룹의 명운을 쥐고 있다.
◇ 두산건설, 이제는 살아날까
두산의 '건설 살리기' 작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는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였던 두산메카텍을 건설에 넘겼다. 2011년에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5000억원의 자금을 두산건설에 지원했다. 올해 또 한 차례 지원으로 건설이 살아날 것인지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두산은 소비재 중심에서 건설, 플랜트, 건설기계 등을 결합한 '인프라 스트럭처 서포터스 비즈니스(ISB)'로 그룹의 틀을 바꿨다. 이에 따라 건설 계열사의 회생은 필수다. 건설이 흔들리면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네오트랜스로 이어지는 지분구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두산건설은 부동산 경기 악화가 직격탄이 돼 작년 6500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자금난을 겪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사옥 매각 등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지난 1분기 12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작년 4분기 5019억원 영업손실)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 올해 자금수지 전망(자료: 두산그룹)
◇ 일산 위브더제니스 잔금 회수 '관건'
대규모 미분양으로 두산건설 유동성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일산 주상복합 '위브더제니스'가 건설 회생의 관건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5층~지상 59층, 8개동, 전용 59~170㎡ 총 2700가구로 구성된 일산권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는 대단지다.
이 아파트는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해 이제 막 잔금 회수 시기를 맞았다. 대형 아파트 위주의 미분양이 많아 입주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최근 두산건설은 홈쇼핑까지 동원해 전세처럼 분양대금의 22~25%를 납부하고 3년간 살아본 뒤 계약을 하는 파격적인 분양 방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파격 조건에도 입주시기가 늦어지면 유동성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이미 대손충당금 설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이익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일산 위브 더 제니스(사진: 두산건설)
◇ 주력 계열사 투자만이 살길..3년간 2.7조
핵심 계열사들도 올해부터 3년간 총 2조7000억원 가량 투자계획을 밝히며 경쟁력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두산중공업은 2013년 3386억원, 2014년 3724억원, 2015년 5321억원 등 3년간 총 1조2431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3년간 공장 신ㆍ증설 등에 5438억원, 기술개발에 5478억원 등 1조원 이상을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연구개발 부문에서 핵심기술 국산화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두산인프라코어도 3년 동안 총 1조2330억원을 투자한다. 올해 3415억원, 2014년 4290억원, 2015년 4642억원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핵심 사업인 건설기계와 엔진ㆍ소재 부문에 3년 간 1조원 가량을 투자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키로 했다.
사업형 지주회사인 ㈜두산도 전자소재와 첨단 유압부품 등에 3년간 2900억원 가량을 투자하며 지주회사의 안정적 수익확보와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