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신임 대표이사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한진 대표가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계열분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29일 김영민 전 사장 후임으로 ㈜한진 석태수 대표를 신임 사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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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대표는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경영기획실장, 미주지역 본부장을 지냈다. 지난 2008년부터 ㈜한진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한진그룹 내에서는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던 최은영 회장의 꿈이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 위해 조양호 회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독자 경영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그룹 울타리 안에 묶어 두려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자금 1500억원을 빌리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을 도와 계열분리를 추진했던 김영민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났다. 한진그룹의 입김이 그만큼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38.08% 중 15.36%를 담보로 1500억원을 대출해줬다. 한진그룹은 향후에도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해운에 1000억원 가량을 추가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대한항공이 내년 3월로 예정된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한진해운홀딩스를 통해 참여할 경우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지분율은 50%를 넘게된다. 사실상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내로 편입되는 셈이다. 최 회장의 우호지분은 47%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순간, 이미 계열 분리는 어렵게됐다고 봐야한다"면서 "석 대표가 신임 대표로 내정된 것은 한진그룹이 본격적으로 한진해운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