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대오일뱅크 “작은 고추가 맵다”

  • 2014.09.11(목) 17:09

4대 정유사 중 상반기 유일한 흑자 행진
수입처 다변화, 코크스 사용, 타사 대비 절반인 원유 수입량

국내 정유사들의 부진 속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게 상반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①원유 수입처 다변화 ②코크스 연료 사용 ③상대적으로 적은 원유 수입량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 503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각각 549억원, 71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정제마진과 파라자일렌(PX) 등 화학제품 마진이 악화된 탓이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394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1401억원을 벌어 들였다.

 

 

◇ 값싼 이란산 원유 수입, 코크스 연료 사용도 ‘得’

 

우선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오일뱅크는 상반기 총 12개 국가에서 원유를 들여왔다.

 

중동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누적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612만3000배럴로 전체의 10.6%이다.

 

이란산보다 비싼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는 지속적으로 수입량을 줄여 상반기 총 421만8000배럴만 도입했다. 상반기 이란산 중질유 가격은 배럴 당 105달러 수준으로 사우디 경질유보다 2~3달러 정도 낮았다.

 

반면 GS칼텍스와 에쓰오일 등은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못했다. 미국의 정유업체 셰브론이 지분 50%를 갖고 있는 GS칼텍스의 경우 미국법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할 수 없다. 에쓰오일 역시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의 계열사여서 수입처 다변화에 한계가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우리가 이란산 원유 수입에 제약이 있는 것과는 달리 오일뱅크는 자유롭게 원유를 들여올 수 있다”며 “원유 구매처의 다각화를 오일뱅크 흑자의 요인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고체 연료인 코크스를 사용해 정제시설 운용비용을 줄이고 있다. 코크스는 황 함량이 높아 울산이나 온산 등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공장이 있는 지역에선 사용이 금지돼 있다.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오일뱅크 공장이 있는 충남 대산에선 사용이 가능하다.

 

코크스는 중유를 사용할 때보다 60%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업계에선 코크스 사용으로 현대오일뱅크가 연간 9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정제마진 불황엔 작은 규모가 ‘유리’

 

상반기 정유사 실적 부진의 주 원인은 정제마진의 악화다. 이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정제시설을 가동할수록 회사의 손실은 늘어난다. 정제시설 규모가 작고, 원유 수입량이 적은 회사가 유리한 이유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일일 정제량은 SK이노베이션 111만5000배럴, GS칼텍스 77만5000배럴, 에쓰오일 66만9000배럴, 현대오일뱅크 39만배럴 수준이다.

 

상반기 원유 수입량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 1억1829만8000배럴, GS칼텍스 1억1832만4000배럴, 에쓰오일 1억1269만배럴, 현대오일뱅크 5757만8000배럴로 집계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시설에 넣는 순간부터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며 “정유사업의 특성상 정제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값싼 벙커C유를 정제할 수 있는 고도화시설 비율도 한몫했다. 오일뱅크는 34.4%의 고도화 비율로 SK이노베이션(17.2%)이나 에쓰오일(22.1%)보다 높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유사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타사보다 작은 정유사업 규모가 이번에는 도움이 됐다”며 “높은 고도화 비율도 흑자행진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