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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의 진' 권오준 회장 무엇을 노리나

  • 2015.05.15(금) 14:04

고강도 쇄신 카드..리더십 구축 계기
외부엔 변화 메시지, 내부엔 조직 다잡기

포스코가 결국 배수의 진을 쳤다. 권오준 회장은 전 계열사 대표들의 사표를 받아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만큼 포스코가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권 회장은 이번 기회에 포스코에 만연한 각종 부조리들을 뿌리 뽑겠다는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쇄신카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가 진행해온 구조조정과 내부 개혁 작업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권 회장의 이번 쇄신 카드는 대외적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결속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 위기감 팽배 '비상경영쇄신委' 설치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김진일 사장, 윤동준 부사장, 이영훈 부사장, 오인환 부사장 등 사내이사 전원과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대표, 황태현 포스코건설 대표,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대표, 조봉래 포스코켐텍 대표, 최두환 포스코ICT 대표 등 주요 5개 계열사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비상경영쇄신위원회'는 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의식 등 5개 분과위로 나눠 구체적인 경영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이사회 보고 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각 부문은 ▲구조조정 분과 조청명 부사장 ▲책임경영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인사혁신 윤동준 부사장 ▲거래관행 오인환 부사장 ▲윤리·의식 김진일 사장이 담당한다.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셈이다.

포스코가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최근 포스코를 둘러싼 상황과 관련돼 있다. 검찰의 잇단 비리수사로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특히 그동안 포스코는 유달리 도덕성을 강조해온 만큼 임직원들의 비리 사실은 업계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 포스코가 고강도 쇄신작업에 돌입했다. 권오준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설치하고 포스코 내부에 만연한 부조리들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가 이 같은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최근 잇단 검찰 비리 수사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살리고 국민적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사외이사들의 제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이명근 기자)

아울러 포스코는 검찰 수사를 계기로 자체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포스코 전반의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권 회장도 내부진단 결과에 대해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이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설치를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권 회장이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포스코 사외이사들이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그동안 가장 모범적인 사외이사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 받아욌다. 하지만 정준양 전 회장 시절에는 무리한 확장과 방만한 경영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사회 의장인 신재철 전 한국IBM 대표를 비롯해 박병원 경총 회장,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등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최근 수차례에 걸쳐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 실추와 신뢰 훼손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지난달 30일 '포스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제언'을 포스코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 '강력한 리더십' 구축 신호탄
 
포스코 내부에서는 최고 경영진들이 경영쇄신에 나섰다는 점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저하와 검찰 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터라 포스코 내부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이번 쇄신을 계기로 포스코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특히 전 계열사의 대표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하고 쇄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분위기를 추스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전 계열사 대표들의 사표를 받고 '쇄신'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회장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변화의 메시지를,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다잡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보고 있다.
 
▲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고강도 쇄신안에 대해 권오준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 체제를 갖추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는 권 회장 취임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실행해왔지만 구조조정의 강도나 속도가 기대에 못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실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철강업을 제외한 비철강 부문은 여전히 포스코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회사 안팎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 계열사 대표들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쇄신에 대한 의지의 표현임과 동시에 대표들의 생살여탈권을 권 회장이 쥐게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조금이라도 내부 방침에 어긋나거나 과거와 같은 안일한 경영을 계속한다면 가차 없이 내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아울러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은 물론 조직 내부의 문화도 바꾸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의 쇄신 선언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면서 "그동안의 온화한 이미지를 벗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 난관을 헤쳐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속도와 강도가 중요"..역풍 우려도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포스코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그동안 보이지만 않았을 뿐 오랜기간 쌓여온 것들이다. 따라서 이를 일시에 바꾸겠다고 나선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방향은 잘 설정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보이기 위해 조직을 몰아친다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포스코는 보수적이고 무거운 조직인 만큼 속도 조절을 해야만 권 회장이 원하는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쇄신이라는 대의에는 모두들 동의한다"면서 "다만, 속도와 강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비상경영쇄신위원회'의 향후 일정과 사업 내용 등을 취합중이다. 이 과정에서 속도와 강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도 사업 계획과 범위 등을 세밀하고 촘촘하게 짜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 일각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성과에 급급해 쇄신의 속도와 강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오히려 내부에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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