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에 이어 에쓰오일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정제마진 악화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완만한 상승에 힘입어 재고이익이 늘었고, 수익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에쓰오일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1% 증가한 6429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액은 18.4% 줄어든 4조1984억원, 당기순이익은 3.8% 늘어난 4452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선 에쓰오일이 2분기 547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유가의 완만한 상승세에 힘입어 재고이익이 발생, 시장 전망치를 950억원 가량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2분기 에쓰오일의 재고관련 이익은 14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정유사업에서 1250억원, 석유화학과 윤활기유에선 각 10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진행한 수익성 개선활동으로 고부가 제품 생산능력이 늘었고, 에너지 효율도 개선돼 2분기 590억원의 수익 개선 성과를 거뒀다.
사업 부문별로 정유사업은 정제마진이 하락했지만 재고이익 발생 덕에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이 사업 영업이익은 3748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18.7% 줄었지만 전 분기에 비해선 70.2% 증가했다. 매출액은 3조2153억원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도 아시아 지역 내 정유사들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 정제마진이 하락했다”며 “하지만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바탕으로 공정개선 활동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했고,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관련 이익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사업 주력제품인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가 중국 내 PTA(고순도테레프탈산) 및 폴리에스터 공장의 높은 가동률에 힘입어 수요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 까닭이다. 이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12.9% 급증한 1400억원, 매출액은 10.3% 줄어든 6373억원으로 집계됐다.
윤활기유 사업은 고품질 제품 중심으로 이익 성장을 달성했다. 저품질 제품인 그룹Ⅰ 제품 마진은 축소된 반면 그룹Ⅲ 제품 스프레드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힘입어 윤활기유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60.9% 늘어난 1280억원, 매출액은 7.4% 감소한 3458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2분기 바닥을 찍었던 정제마진이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신규 정제시설에 대한 투자 침체가 지속돼 호황기의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란 기대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사업의 PX 및 윤활기유 제품도 양호한 스프레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사업은 하반기 등유와 경유 등을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양호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신규로 늘어나는 정제설비도 많지 않아 견조한 업황을 유지할 것”이라며 “PX는 스프레드 하방 압력이 있지만 수요처인 신규 PTA 공장 가동률 상향조정 및 계절적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윤활기유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품질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쓰오일은 올해 중간 배당금액이 전년보다 적은 것에 대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에쓰오일은 잔사유고도화콤플렉스(RUC) 및 올레핀다운스트림콤플렉스(OD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4조8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중간 배당으로 주당 1100원을 배당했다. 올해는 주당 500원만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상반기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지만 배당성향을 보수적으로 결정했다”며 “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향후 주주들에게 더 큰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