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기차 배터리 강국이다. 가장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암초가 생겼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견제다. 특히 중국 정부는 각종 규제 장벽을 만들면서 자국 배터리 기업에게 성장 기회를 주고 있다.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와 향후 전망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테슬라(Teslar)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선구자다. 약 10년 동안 모델S를 준비한 테슬라는 짧은 주행거리와 비싼 가격 등 전기차 한계를 극복, 미국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기업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테슬라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특허기술 등을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 자신들의 사업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략에서다. 최근에는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곧 한국 시장에도 상륙할 태세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선 테슬라 입성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현지 업체나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에는 공급하지 않는다. 자칫 테슬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게 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 테슬라·BYD가 이끄는 전기차 시장
9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모델별 출하량 중 테슬라의 ‘모델S'가 5만952대로 가장 많았다. 모델S가 전체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5%이다. 미츠비시의 '아웃랜더(Outlander, 4만7422대)'와 닛산의 ’리프(LEAF, 4만328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BYD의 ‘Qin'과 ’Tang'도 각각 3만1898대, 1만8375대가 출하됐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되는 BMW의 i3는 2만5232대, LG화학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GM의 볼트(Volt)는 1만6884대가 팔렸다.
눈에 띄는 것은 테슬라와 BYD의 전기차 모델 출하량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모델S는 전년도에 비해 출하량이 63.8% 급증했고, BYD의 Qin도 119.5% 늘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국내 배터리 업계 입장에선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와 BYD에는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협력해 배터리를 독점으로 공급받고 있다. 파나소닉은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대규모 ‘기가팩토리’를 설립해 가동에 들어간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 요인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어난 BYD는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부터 완성된 전기차를 생산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들어갈 틈새가 없다는 의미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기업들의 배터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배터리 기업들의 입지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자동차 기업들이 배터리 가격 하락과 교섭력 강화 차원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2차 전지를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내 배터리 탑재 모델, 성공할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력 부분에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사업 확대, 중국과 일본 등 경쟁사들의 추격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지속 성장을 위한 관건은 앞으로 출시 예정인 전기차 모델 가운데 국내 제품이 탑재된 모델의 성공 여부다. 테슬라나 BYD에 맞서 국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모델 판매량이 늘어야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공급계약 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중국 현지 업체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중요한 것은 탑재된 모델의 판매량”이라며 “국내 배터리가 탑재되는 모델 중 ‘베스트 셀링카’가 나와야 배터리 출하량이 늘어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GM의 순수전기차(EV) 모델인 볼트(Bolt)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 모델은 기존 1세대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나 완전 충전 시 321km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GM의 순수 전기차(EV) 볼트(Blot)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볼트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볼트는 1세대 전기차보다 완충 시 주행거리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볼트의 주행거리는 약 321km 수준이다. 이와 함께 마력과 토크, 최고 속력 등 차량 성능도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 전기차 모델 중 주행거리가 길었던 경우엔 마력과 토크 등을 낮춰 주행거리를 늘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시내 주행 정도만 가능하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볼트는 차량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배터리 용량 확대에 힘입어 주행거리 역시 크게 늘렸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볼트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볼트는 국내 소형 가솔린 차량 주행거리의 50~60% 수준을 따라잡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볼트가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이 크고 기존 전기차 판매량을 뛰어넘어 10만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