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한국 상륙이 가시화하면서다. 테슬라 전기차는 자동차 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린다. 혁신을 통해 기존의 전기차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처럼 소비자들은 테슬라에 열광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정체돼 있었지만 테슬라가 나서면서 인프라 확충에 대한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테슬라 효과'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의 국내 진출에 따른 영향과 효과, 국내 시장의 변화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실제로 중국의 비야디(BYD)는 현재 한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도 올해 한국GM을 통해 '볼트 EV' 출시를 선언한 상태다. 르노도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대응 준비에 한창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브랜드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 '테슬라만? 우리도 간다'
테슬라의 국내 진출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범위를 넓히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 넓어진 시장을 노리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전기차 메이커들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비야디(BYD)'다.
비야디는 현재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전기 버스를 필두로 조금씩 국내 출시 라인업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비야디의 타깃은 테슬라와는 다르다. 테슬라는 고급 전기차 시장을 노린다면 비야디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전기차 시장을 노린다. 이미 작년 중국에서만 5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만큼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 'Qin'. |
GM의 경우 한국GM을 통해 올해 국내 시장에 '볼트 EV'를 선보일 예정이다. 볼트 EV는 1회 충전 시 383㎞를 갈 수 있다. 기존 국내 순수 전기차 주행 거리의 2~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전기차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 이미 인정을 받은 모델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르노도 르노삼성 브랜드를 이용, 올해 하반기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작년 국내 출시를 타진했지만 관련 법령 미비로 출시를 미뤘던 모델이다. 2012년 유럽시장에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각종 배달 등에서의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도 르노삼성 브랜드를 이용, 올해 하반기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작년 국내 출시를 타진했지만 관련 법령 미비로 출시를 미뤘던 모델이다. 2012년 유럽시장에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각종 배달 등에서의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쉐보레 '볼트 EV'. |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직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것이 단점이지만 소비자들의 질적 측면이나 폭발성 측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테슬라 국내 진출을 필두로 해외 메이커들이 잇따라 전기차들을 내놓을 예정인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국내 업체들 "한번 붙어보자"
해외 업체들의 잇단 국내 진출 계획 소식에 국내 업체들도 대응 준비가 한창이다. 현대차의 경우 친환경 브랜드인 '아이오닉'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 중 가장 좋은 성능을 갖추고 있다.
1회 충전으로 191㎞를 주행할 수 있는데다 각종 보조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홈그라운드라는 이점도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기아차는 '쏘울 EV'를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선다. 기아차는 단점으로 지적됐던 주행거리를 올해 아이오닉 수준으로 늘려 새롭게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
르노삼성의 순수 전기차 SM3 Z.E.도 올해 주행 거리를 크게 늘린 SM3 Z.E. 롱레인지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SM3 Z.E.의 경우 한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했지만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기아차 쏘울EV에 밀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성능 개선을 통해 반전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체들이 가진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정부의 보조금 등의 혜택에 힘입어 여타 해외 브랜드에 비해 손쉽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자는 테슬라 등 고급 브랜드가 아닌 비야디와 같은 중국 브랜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양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들의 주된 경쟁상대는 중국 비야디 등 가격적인 측면을 앞세운 차량들이 될 것"이라며 "자칫 테슬라와 같은 고급 브랜드와 비야디와 같은 저가 브랜드 사이에 끼여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도 나선다
그동안 전기차 업계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정부"라고 할만큼 전기차 시장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친환경차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테슬라를 비롯해 비야디 등 해외 업체들이 국내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도 과거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기는 어렵게 됐다. 작년 폭스바겐 사태 이후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정부의 태도 변화를 가져오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기차 시장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를 1만4000대로 잡았다. 작년 1485억원이었던 전기차 관련 예산을 올해는 2634억원으로 늘렸다. 또 3년간 한시적으로 개인이 가정에서 전기차를 충전시 요금을 할인해주는 특례요금제도도 시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욱 세밀하고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충전소 증설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1만기의 전기차 충전소를 추가해 총 2만기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해외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많은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차진하고 있는 것은 한국 시장이 지닌 가능성 때문"이라며 "최근 들어 정부도 일정부분 의지를 가지고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도 해외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을 유인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