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017년 결산을 한 달 앞두고 국내 시장에서 여전히 강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부진 폭이 다시 커진 까닭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 현대차, 잘 나가는 신차에 ‘위안’
현대자동차는 11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42만2940대를 판매했다고 1일 밝혔다. 전 달에 비해서는 7.3% 늘었지만 전년 같은기간보다는 10.4% 감소했다.
특히 전년대비 판매 감소율이 확대됐다는 점이 아쉽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판매 감소가 극에 달했던 6월(-15.5%) 이후 부진 폭을 최소화하며 한 자릿수의 감소율을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11월 들어 5개월 만에 다시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한 것.
해외 판매 부진이 확대된 탓이다. 11월 해외 시장에서는 35만9045대를 기록, 전년 같은기간보다 13.6% 줄었다.
현대차는 주요 판매 시장인 중국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고, 9~10월에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달에는 일부 국가들의 경기 침체 영향으로 부진 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웃을 수 있었다. 판매대수는 12.9% 증가한 6만3895대로 5개월 연속 성장세를 지속했다.
무엇보다 야심차게 내놓은 신차들이 제 몫을 하고 있다는 게 반갑다. 올 9월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G70은 1591대 판매되며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이에 힘입어 제네시스 브랜드는 총 6287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와 함께 소형SUV 코나도 4324대 판매되며 라이벌인 쌍용차 티볼리(4298대)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이 시장에서 4개월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여기에 국내 베스트셀링카인 그랜저(IG)는 1만181대 판매돼 한 달 만에 다시 1만대 선을 회복했고, 쏘나타와 아반떼 역시 각각 7459대, 7183대 팔리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와 쏘나타 등 주력 차종들이 판매 호조를 보여 내수 판매가 성장했다”며 “남은 한 달도 주력 차종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 쏘렌토가 살린 기아차
기아자동차 11월 글로벌 판매량은 25만9643대로 집계됐다. 전달보다는 16.9% 증가한 것인 반면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4.7% 줄어든 수치다.
국내에서는 소폭이지만 전년대비 성장세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판매량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0.2% 증가한 4만9027대를 기록했다. 앞서 올 8~9월에도 성장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여름 노조의 대규모 파업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월을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성장의 원동력은 신차였다. 기아차는 K시리즈 세단의 모델 노후화 등으로 국내에서도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소형SUV 스토닉과 쏘렌토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쏘렌토가 출시 이후 선전하면서 오랜 만에 성장했다.
쏘렌토는 8107대를 기록하며 기아차 라인업 중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다. 스토닉은 디젤 모델만으로도 1302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달부터 가솔린 모델 판매가 본격화돼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
국내에서의 선전도 해외시장 부진을 메우지는 못했다. 해외 시장 판매는 21만616대를 기록하며 17.6% 감소한 것. 이는 전달의 감소폭(11.2%)보다 6.4%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주요 시장의 경기침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기아차 야심작인 스팅어가 해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스팅어는 유럽과 미국에서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올 들어 최고인 5472대 판매고를 올렸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팅어의 해외 판매 호조와 호평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내년 판매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