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37번의 만남 끝에 임단협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올해 판매 부진과 경영 불확실성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가장 큰 부담이었던 노조와의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일단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일 열린 37차 본교섭에서 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합의안에는 ▲자동차산업 위기를 반영한 임금 및 성과금 인상 자제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 추가 특별 고용 ▲2019년까지 사내하도급 및 직영 촉탁계약직 50% 감축 ▲중소기업 상생 방안 마련 ▲4차 산업혁명 대응 관련 노사공동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 한 발씩 양보한 현대차 노사
현대차 노사는 해외 주력시장 판매 부진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약화된 가격경쟁력을 감안해 기본급 5만8000원 인상(정기승호 및 별도승호 포함), 성과금 및 격려금 300%+280만원,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 포인트 지원 등에 합의했다.
앞서 노조는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금 지급을 요구해왔고, 사측은 정기호봉 및 별도호봉 승급(4만2879원 인상)과 성과급 250%에 140만원 지급, 단체개인연금 5000원 인상 및 복지포인트 10만점 지급 등을 제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종 합의안에서는 양측이 임금 인상분과 성과금 등에서 한 발씩 물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 사내하도급 3500명 특별고용
현대차 노사는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추가로 특별고용하기로 했다. 올해까지 특별고용을 완료한 6000명을 더하면 총 95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현대차 직영으로 고용된다.
아울러 노사는 특별고용과 연계해 2019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직영 촉탁계약직 인력운영 규모를 지금의 절반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내용도 도출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 상품 구매 시 직원들이 10만원 한도 내에서 사용하는 금액만큼 회사가 출연해 지원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의 특별 성과배분에 합의했다.
어린이들의 올바른 도로교통 문화의식 확립을 돕는 시설 ‘키즈 오토파크’를 울산 강동 지역에 조성하고, 노사 사회공헌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3년간 30억원의 사회공헌 특별기금을 적립하기로 했다.
◇ 정년연장은 수용불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합의안도 만들었다. 기존 ‘친환경차 관련 노사대책위’를 ‘4차 산업혁명 및 자동차 산업 발전 대응 관련 노사대책위’로 확대 구성하고, 사내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친환경차 인프라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다만 노조의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 인사 경영권 관련해서는 사측이 ‘수용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 경영 여건 악화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감안한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고객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사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한 시름 놓기는 했지만…
올해도 현대차 노사의 합의안 도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새 집행부 출범 이전에만 총 8번의 파업을 단행했다.
올해 9월 새 노조위원장(지부장)으로 하부영 위원장이 선출된 이후에는 노조의 압박이 더 강해졌다. 강성으로 분류된 하 위원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새 노조 집행부는 지속적으로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5일부터 본교섭 전까지 11일 연속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새 노조 집행부 출범 후 진행된 파업으로 6만2600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해 약 1조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오는 22일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합의안이 가결되면 올해 임단협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