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합의안 도출로 한 숨 돌렸던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또 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노조원 투표에서 찬성보다 반대표가 많아 합의안이 부결된 탓이다. 양측은 이른 시일 내에 재협상에 나설 계획이지만 남은 일정 상 연내 타결 가능성이 낮아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전체 조합원 5만890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투표자 4만5008명 중 반대가 2만2611명으로 50%를 넘어 부결됐다. 찬성은 2만1707명으로 48.2%에 머물렀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일 37차 본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5만8000원 인상(정기승호 및 별도승호 포함), 성과금 및 격려금 300%+280만원, 중소기업 제품 구입 시 20만 포인트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에 만족하지 못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 측은 당초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금 지급을 요구해왔다.
최근 교섭에서는 노조와 사측이 임금 인상분 및 성과금 등에서 서로 한 발씩 물러나면서 최종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지만 노조원들의 반대로 타결이 무산됐다.
노조는 오는 26일 교섭팀 회의를 열어 새로운 협상 전략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남은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 상 연내 타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현대차 창사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과제였던 임단협 타결에 실패하면서 부담이 한 층 더 가중됐다. 노조는 올 들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총 19번의 파업(부분파업 포함)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6만2600여대 규모의 차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고, 1조3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생긴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임단협 타결이 지연될수록 내년도 생산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판매 부진 사태를 적극적인 신차 출시 카드로 극복하려 했던 현대차 입장에서는 임단협 연내 타결 불발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편 현대차 임단협 타결 불발로 기아차 임금협상 역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