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 현대오토에버가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새로운 투자 동력을 확보해 소프트웨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표면적 이유다. 연구개발(R&D)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기업 인지도를 높여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속내에는 기업공개를 통해 SI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 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거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 상장으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현대오토에버는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삼아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내년 2월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2000년 4월 오토에버닷컴으로 출범했다.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으로 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맡아오다 지난 2014년 현대C&I를 흡수합병했다. 합병한 회사도 IT 컨설팅 및 시스템 통합 관련 계열사였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룹 내부 매출이다. 재작년에 91%, 작년에는 94%였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강화되는 일감 몰아주기 및 총수 사익 편취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 외 특수관계인 6인이 지분 90.3%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지분이 29%,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지분이 19.5%로 알려졌다. 총수 일가의 지분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것뿐이어서 제재 대상(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상장을 하게 되면 정 부회장 지분율을 더 낮추면 규제는 물론 일감 몰아주기에서 비롯한 따가운 시선을 아예 벗어던질 수 있다.
또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지배구조 개편에 조금이나마 보탤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정 부회장 몫은 1200억원 가량이다. 현대차 등 주주사 전체를 통틀면 5000억원 가까운 유동화 가능 자산이 확보되는 셈이다.
◇ 미래차 전장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대
현대오토에버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합병한 2014년 9828억원, 550억원에서 작년 1조1587억원, 606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재작년 690억원에 달했지만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계열사 판매 부진 영향으로 작년 다시 감소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련 종합 IT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차량 보안,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비롯해 기업 IT 영역에 국한된 보안 영역을 커넥티드카, 스마트홈, 스마트 팩토리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생체 인증수단인 파이도(FIDO), 블록체인 활용 디지털 인증 기술 등을 특화해 플랫폼 기반의 보안서비스도 추진한다. 데이터 맵과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 운영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인프라를 갖춰 차별화된 예측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그룹의 사업재편 분위기를 감안하면 향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과의 합병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엠엔소프트는 내비게이션 제작, 오트론은 차량용 반도체 및 제어기술 개발 업체다. 이를 통해 미래차 전자장비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만든다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