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한다. 엔진의 종합적인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CVVD 기술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쏘나타 1.6 터보에 처음으로 탑재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기아차 신기술 미디어 설명회'를 열고,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 연비 5%↑·성능 4%↑·배출 가스 저감
CVVD 기술은 지금까지는 부분적으로만 가능했던 엔진 밸브 열림 시간 제어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이다. 상충 관계인 엔진의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향상시키면서 배출까지 줄여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하경표 가솔린엔진2리서치랩 연구위원은 "CVVD 개발은 9년전, 밸브 기구를 열고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며 "130여년 엔진 역사에서 많은 엔지니어들이 꿈꿔왔던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현대차그룹이 퍼스트무버로서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동차 엔진은 흡인-압축-팽창-배기의 4단계 과정을 통해 연료를 연소시켜 동력을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흡기와 배기가 통과하는 관문인 밸브의 여닫힘 시점과 깊이를 주행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가변 밸브 제어기술 등을 통해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높여왔다.
가변 밸브 제어 기술로는 밸브의 여닫힘 시점을 제어하는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CVVT; 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밸브의 개폐 깊이를 조절해 실린더 내 공기량을 제어하는 연속 가별 밸브 리프트(CVVL; 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CVVT 기술을 사용한다.
이번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처음 선보인 CVVD 기술은 엔진의 작동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가 열려있는 기간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엔진은 연비를 우선시하는 아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연비와 성능 절충형 오토 사이클 등 세가지 중 하나의 엔진 사이클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고정된 밸브 열림 시간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CVVD 기술은 연비 주행, 가속 주행 등 조건별로 밸브 듀레이션을 길거나 짧게 제어, 아킨슨과 킬러, 오토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유효 압축비도 4대1에서 10.5대1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가변 압축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CVVD 기술이 적용된 엔진은 출력이 적게 필요한 정속 주행시에는 흡기밸브를 압축 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둬 압축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킨다. 압축비도 낮춰 연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가속 주행시에는 흡기 밸브를 압축 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최대화 해 엔진의 토크가 향상 돼 가속 성능이 개선된다.
배출가스 저감효과도 높다. 최적의 밸브 듀레이션 구현으로 연료 연소율을 최대한 끌어 올린 결과다.
하 연구위원은 "CVVD 기술 적용시 엔진 성능은 4% 이상, 연비는 5% 이상 향상되며, 배출 가스는 12% 저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저압 배기가스재순환 시스템 적용
현대차는 이날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1598cc의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f·m의 성능을 구현했다.
아울러 연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저압 배기가스재순환 시스템(LP EGR)도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EGR 시스템은 엔진에서 연소된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재순환시켜 연소실의 온도를 낮춤으로서 연비를 개선한다.
또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유도하는 장치로 'G1.6 T-GDi 엔진'에는 연소된 배기가스를 흡기계가 아닌 터보차 저컴프레셔 전단으로 유입시키는 저압 시스템을 적용해 고부하 영역의 엔진 효율을 높였다.
이외에도 엔진의 온도를 신속하게 혹은 냉각시켜 연비를 높이고 엔진 내구성, 가속 성능을 개선한 통합열관리시스템((ITMS; Integrated Thermal Management System), 기존 T-GDi 엔진의 연료 분사 압력인 250bar보다 40% 높은 350bar의 더 강력해진 직분사 시스템, 기계적인 마찰을 최소화한 구동부품을 적용해 엔진의 마찰을 34% 저감한 마찰저감 엔진무빙시스템 등의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현대·기아차는 CVVD 기술이 최초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쏘나타 터보에 최초 탑재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에도 CVVD 기술이 탑재된 엔진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차연구개발본부장은 "현대·기아차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CVVD 기술은 파워 트레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 자동차의 성능과 향상은 물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