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은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의 CEO였다.
취임 직후 정 사장의 고민은 사업구조 개선 이었다. SK텔레콤 주력인 이동통신업이 과포화 상태였기에 신사업이 필요했다.
그는 수개월의 고민끝에 그해 9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생산성증대(IPE)'라는 신개념을 설파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센싱(sensing)기술, 네트워크를 통해 이종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사업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사업인 셈인데, 당시만해도 낯설었다.
2020년까지 관련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실패했지만, 십여 년전 SK텔레콤의 생존 고민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1년 어제.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을 'AI & Digital Infra 컴퍼니(SK텔레콤 존속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SK텔레콤 신설회사)'로 인적분할 하겠다고 발표했다. 1위 통신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얼핏보면 정 사장의 시도와 박 사장의 결단에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먹거리를 향해 SK텔레콤이 달려온 연장선이다. 중간에 SK하이닉스 인수라는 변화와 SK플래닛으로 신사업을 몰아줬다가 재정비하기도 했지만, 최선의 의사결정을 한 셈이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남은 과제는 실적이다. 십 여년을 돌고돌아 이제야 비로소 전열을 정비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존속회사는 5G 유망산업에서 미래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SK텔레콤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 성장은 물론 11번가·원스토어·ADT캡스·웨이브·티맵모빌리티 등 ICT 자회사의 IPO와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SK텔레콤의 신성장동력이 안착된다.
오래전부터 주식시장에선 '통신기업=배당주'로만 인식됐다. 이제는 성장주로 변모할 때다. 대한민국 산업발전을 위해서라도 SK텔레콤이 먼저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