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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지각변동]②뛰는 인텔, 나는 TSMC

  • 2021.07.22(목) 06:40

코로나로 공급 부족해지자 투자 확대
인텔, GF 인수설…GF측은 부인
TSMC, 일본 현지공장 건설 검토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후 비대면 사회로 급격히 전환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생산에는 차질이 빚어졌다. 코로나 탓만 아니었다. 지진, 한파 등 재난이 잇따랐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가 세계적 화두가 됐다. 자동차 공장은 반도체가 없어 생산을 중단할 지경이었다.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에 준하는 사안으로 간주할 정도였다. 각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봤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며 지각변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문제가 없을까.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현황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관련기사 : [반도체 지각변동]ⓛ삼성·SK, '선택의 기로'(7월21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 중심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있다.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TSMC는 투자 확대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으로서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한창이다.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도 '파운드리 굴기'를 선언하고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이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682달러(약 75조원)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할 전망이다.

또 시스템 반도체는 대부분 파운드리 업체에 위탁해 생산하는데,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수요가 많아지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게다가 파운드리 생산 시설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공정 기술력도 중요하게 여겨져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편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기술력 확보와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뛰는 인텔…'파운드리 굴기'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GF)를 300억 달러(약 34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또 한 번의 빅딜이다.

인텔은 지난 3월 'IDM(종합반도체기업) 2.0' 비전을 공개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제조조직중 하나였던 파운드리팀도 독립 파운드리 사업부로 승격시키기로 했다. 

발표 당시만 해도 시장은 관망 분위기가 우세했다. 생산량을 늘리기엔 투자 금액이 적고 공장 가동 예정 시기가 3년 뒤인 2024년부터여서다.

하지만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되면 인텔의 존재감은 시장에서 확실히 위협적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지난 2008년 미국 반도체업체 AMD가 파운드리 사업을 접고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떨어져나온 회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는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 5%로 4위를 기록했다.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품게 되면 단숨에 업계 3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거래하고 있는 AMD, 퀄컴, 브로드컴 등 주요 팹리스 150곳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라는 승부수를 걸었다고 보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이 2024년 이후 가동 예정이기 때문에 시장 진입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파운드리가 과거 7nm(나노미터) 공정을 포기한 바 있어 제조공정 분야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시도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발표한 인텔이 최소한의 케파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글로벌 파운드리는 7nm 진출을 포기한 전적이 있어 인텔도 기술적인 보완보다는 공장 케파를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톰 콜필드 글로벌 파운드리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TV

아직까지는 인수 자체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인텔의 인수 추진설을 부인하고 내년 예정대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톰 콜필드 글로벌 파운드리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의 인수 추진설에 대해 "논의된 사항은 없다"며 "인텔의 인수 제안은 추측"이라고 말했다.

만약 인수가 진행되더라도 절차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인텔의 라이벌인 AMD에서 분사한 회사로 출발한데다, AMD가 아직까지 글로벌 파운드리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최근 AMD와 2024년까지 칩 공급 계약을 맺기로 했다. AMD 입장에서는 경쟁사에서 고객사로서 자사의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인수 추진 여부는 한국 시간으로 오는 23일 인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언급될 전망이다.

나는 TSMC…1위 공고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50%대 점유율로 1위인 TSMC도 일본과의 동맹을 통해 시장 우위를 굳히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각)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일본에 첫 신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TSMC의 일본 진출은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 때문이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5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최근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TSMC 입장에서도 일본 현지에 직접 진출해, 경쟁력 높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외에도 TSMC는 지난 4월 미국 공장 6곳을 건설하기 위해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5조원)을 투자한다고 공표한 상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공장 건설 계획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외연을 확대, 파운드리 1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기술력에서도 앞서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는 5nm에 이어 3nm 반도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TSMC가 한발 앞서 양산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TSMC가 인텔과 애플에 3nm 공정용 시제품을 보내 제품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2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압박감이 더 커졌다. 순위권 아래에선 인텔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두 배 이상 점유율 차이가 나는 1위 TSMC와의 격차는 좁혀질 기미가 없어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높아진 38%였다. ▷관련기사: 더 앞서가는 TSMC…주춤하는 삼성전자(6월2일)

한편,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은 올초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반도체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반도체회사인 키옥시아 인수 추진설이 제기됐다. 올초에는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기업 NXP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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