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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지각변동]③국대 '빅2'의 승부수는

  • 2021.07.23(금) 06:40

낸드에 파운드리까지…팽창 가속하는 SK
"마땅한 매물 없다"…삼성, 초격차에 집중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후 비대면 사회로 급격히 전환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생산에는 차질이 빚어졌다. 코로나 탓만 아니었다. 지진, 한파 등 재난이 잇따랐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가 세계적 화두가 됐다. 자동차 공장은 반도체가 없어 생산을 중단할 지경이었다.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에 준하는 사안으로 간주할 정도였다. 각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봤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며 지각변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문제가 없을까.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현황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SK하이닉스의 '벌크업'…중국만 '변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을 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벌크업'(체격 키우기)에 나섰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시설투자 규모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덩치를 키워 큰 싸움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미국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경쟁·소비자 위원회 'CCCS'(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 of Singapore)로부터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승인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1500억원)에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히고,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연합(EU)·영국·브라질·대만 등 세계 주요 8개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아왔다. 

변수도 있다. 중국이 SK하이닉스의 행보에 어깃장을 놓을 우려다.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선 SK를 상대로 중국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심사결과가 느리게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SK하이닉스는 7개국이 사실상 무조건부로 승인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으로 본다. 낸드 시장에서 SK(11.6%)-인텔(8.6%)의 합계 점유율이 높지 않고, 30% 이상을 점유한 1위 사업자 삼성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결합은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기도 했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大連)에 있는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및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 부문 공장을 양수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도 중국이 특별히 반대할 이유도 없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큰 까닭에 반독점 심사도 오래 걸리는데, 이번 건만 느린 것은 아니다"라며 "현지 분위기도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추가적인 대형 M&A와 시설투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정부가 최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할 때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하기 위해 M&A과 설비 증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국내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를 인수한다는 설도 계속 등장한다. 설비투자는 내년 투자분 일부를 올 하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방법으로 설비투자 확대와 M&A를 검토한다는 것이지 특정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4세대(1a) 미세공정을 적용한 8Gbit(기가비트) 'LPDDR4'(Low-Power Double Data Rate4) 모바일 D램의 양산을 최근 시작하는 등 기술력 고도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제품 성능과 수율을 더욱 높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적용, 양산에 나선다.

삼성은 방망이만 깎고 있나?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삼성전자는 2019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며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의 위치는 더욱 다지고,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던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계획된 투자 외에는 특별히 새로운 움직임은 없다는 평가가 최근 자주 나온다. 약 20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증설도 차일피일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미국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한다는 설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삼성은 이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품은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 김기남 부회장이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듯 총수 부재 상황이란 내부적 사정도 있다. ▷관련기사: 에둘러 꺼낸 '이재용 사면'…청와대 기류도 달라졌다(6월3일)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보면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는 것도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기술 수준이 맞는 업체를 인수해야 하는데, 파운드리 분야에서 수준급 미세공정이 가능한 곳은 삼성과 대만 TSMC밖에 없다. TSMC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55%로 세계 1위 업체다. 2위이자 점유율 17%의 삼성은 격차를 좁혀야 할 대상이다. 매물로 거론되는 글로벌 파운드리는 점유율 5% 수준에 그치며, 공정기술 수준도 삼성보다 낮아 매력이 떨어진다.

삼성이 인수할 것으로 관측된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 들어가는 까닭에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야 하고, 차량은 모바일 대비 교체주기가 길어 사후 관리에 대한 부담도 크다"며 "기존 사업에 강한 경쟁력이 있는 삼성이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기업 인수에 당장 나설 필요를 느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우리도 계획이 있는데, 경쟁사들이 M&A에 나선다는 이유만으로 매물이 없는 시장에 굳이 나설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연초에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밝힌 삼성전자의 M&A 계획은 반도체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각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대형 M&A가 시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 만큼 삼성전자는 일단 반도체 기술력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한 삼성은 올 하반기 DDR5, LPDDR5 D램부터 4세대 EUV 공정을 적용해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방침이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기존 DDR4 대비 12인치 웨이퍼당 생산성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한다. SK하이닉스와 달리 DDR4에 대한 EUV 적용을 건너뛰고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셈이다. 또 5, 6세대 D램도 선행 개발해 메모리 시장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도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삼성은 업계에서 가장 작은 픽셀 크기 0.64㎛(마이크로미터)인 50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 JN1'과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차량용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오토4AC'를 출시하며 기술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차량용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영상 정보)을 전기적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다만 삼성과 경쟁사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것도 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 마이크론도 올해 초 4세대 D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시장 변수도 있다. 최근에는 인텔과 AMD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의 신제품 적용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텔과 AMD가 DDR5를 지원하는 CPU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의 출시 시점에 맞춰 적기에 양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계속 내놔 차별화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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