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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구조조정 필요없다"는 역발상 통할까?

  • 2021.08.09(월) 18:25

'실탄 부족' 에디슨모터스, KCGI 등 PEF 맞손
"쌍용차, 경쟁력 잃은 건 노조 탓 아니다"
"적정 인수가 넘으면 인수할 생각 없어"

강성부 KCGI 대표 : 3000억~4000억원 적자가 난 쌍용차를 어떻게 구조조정 할거냐. 이미 쌍용차 브랜드는 망가졌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 무슨 구조조정이냐. 쌍용차가 지난 12년간 무분규에도 경쟁력을 잃은 건 노조 문제가 아니다. 자본과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9일 열린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업무협약(MOU)'에서 강성부 대표가 회상한 강영권 회장과 과거 대화 내용이다. 당시 자산이 1067억원에 불과한 에디슨모터스는 몸값 1조원에 육박하는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거냐'는 노골적인 투자자의 질문에 강 회장은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며 강수를 뒀다. 결국 강 회장의 '역발상 전략'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는 쌍용차 투자를 결심했다. 강 대표는 "쌍용차는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도 "이런 회사를 살리려면 관행을 다 버리고 혁신이 필요하다. 그 적임자가 최근 전기차 버스 1위에 오른 에디슨모터스"라고 신뢰를 보였다.
컨소시엄 통해 자금 우려 해소

인수 실탄을 확보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 버스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는 이날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쎄미시스코, TG 인베스트먼트 등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번 컨소시엄 구성으로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실탄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우려를 씻어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었다. 인수대상인 쌍용차보다도 몸집이 훨씬 작아서다. 작년 기준 에디슨모터스의 자산은 1067억원에 불과하다. 쌍용차에 필요한 인수대금이 8000억~1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번 MOU로 에디슨모터스는 강력한 인수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금줄을 마련한 것이다. 강영권 회장은 이날 "이번 MOU를 통해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 문제 등에 대해 시장이 충분히 인정해주리라 본다"고 기대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쌍용차에겐 과거의 관행을 버리는 이른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인데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수행할 적임자"라며 "앞으로 자금 조달에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쌍용차 인수 후에는 현대차·기아와 같이 전기차 업체 페이스메이커가 되는 회사로 거듭나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구조조정해서 흑자낼 생각없다"

/사진=에디슨모터스 제공

이날 에디슨모터스가 내놓은 쌍용차 위기 해결 방안도 남달랐다. 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이 다르니, 처방도 다르게 나온 것이다. 그간 쌍용차 인수에 대한 리스크엔 항상 노조 문제가 거론됐다. 2009년 쌍용차 파업 사태가 '트라우마'로 남은 탓이다. 

강 대표는 "과거 노조와 쎄게 부딪혔던 탓에 강하게 뇌리에 박혀있지만 알고보면 쌍용차는 지난 12년 동안 무분규 교섭을 지내왔다"며 "12년 무분규 교섭에도 쌍용차가 경쟁력을 잃었던 건 노조의 문제가 아닌 자본과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쌍용차 임직원 모두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헤쳐나가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쌍용차 인수 후에 구조조정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쌍용차를 구조조정해서 흑자를 낼 생각이 없다"며 "일부에선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선 고정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쌍용차를 전기차 업체로 키워 자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쌍용차의 인프라와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기술력을 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강 회장은 "에디슨모터스의 배터리, 모터, 자율주행 기술력과 쌍용차의 규모의 경제까지 합쳐지면 충분히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인수 초기, 전기차 생산 능력을 연 5만대 수준으로 갖춘 뒤 점차 비율을 높여 연간 생산량 1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연기관차 10만대, 하이브리드 5만대까지 합해 연간 30만대를 판매할 수준이 된다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KCGI는 앞으로 계속될 전기차 수요에 주목했다. 강 대표는 "현재 전기차 비중이 2.8%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며 "전기차 기업을 보면 레거시가 없는 기업이 더 잘한다. 테슬라, BYD 등 현재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은 3년 전만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회사였다. 그런 면에서 쌍용차가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 역시 "2023년쯤 되면 배터리팩 가격도 크게 인하될 것으로 예상돼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생산비용이 비슷해 질 것"이라며 "앞으로 전기차의 경쟁력이 내연기관차보다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무리하게 인수전에 뛰어들진 않겠단 뜻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은 "인수가를 너무 높게 쓰면 쌍용차를 살릴 수 있는 미래의 실탄이 줄어든다"며 "내부적으로 정한 인수가를 넘어서면서까지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은 오는 27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를 대상으로 예비실사를 진행한다. 9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오는 10월 가격협상에 나선다. 이번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은 총 9곳으로 유력 인수후보로는 에디슨모터스 포함해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카디널 원 모터스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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