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피해야 한다"…제약업계, '특허회피' 전쟁

  • 2021.09.07(화) 07:00

[제약바이오 특허 전쟁]下
솔리페나신 소송 후 '염변경'난관 봉착
결정형‧용도 등 특허회피 전략에 변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약업계에서 특허소송은 가장 큰 관심사다. 특허소송은 복제의약품(제네릭)을 시장에 좀 더 빨리 내놓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기업 가운데 특허소송에 단 한 번도 연루되지 않은 기업은 거의 없다. 직접 연관돼 있지 않더라도 판결 선례 등 주요 참고사항이 되는 만큼 타 기업들의 특허소송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 이후 가장 이목을 끌었던 건 지난 2019년 과민성 방광치료제 솔리페나신(제품명: 베시케어정) 특허소송 결과다. 일본의 아스텔라스제약은 국내 코아팜바이오의 염 변경 제네릭에 대해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염은 약물의 용해도와 흡수율을 높이고 약효를 내는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스텔라스의 주성분은 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이다. 코아팜바이오는 오리지널 솔리페나신의 숙신산염을 '푸마르산염'으로 변경했다. 주성분은 동일하지만 염, 수화물, 제형 등을 변경한 제네릭을 '개량신약'이라고 표현한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염 변경을 통해 특허회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솔리페나신' 특허회피 소송에서 단순 염 변경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약품은 다른 분야의 특허권에 비해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이 점을 고려해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품목에 한해 최대 5년의 특허기간을 연장해주는 '의약품 특허 존속기간 연장제도'가 있다. 다수의 오리지널 기업들이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특허 존속기간 연장을 신청한다.

과거 국내의 경우 주성분에 한해 특허권 연장을 인정하고 염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특허인정 범위를 염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 판결로 염 변경에 따른 특허회피는 어려워졌다. 

솔리페나신 소송의 여파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치명타였다. 당시 유사 소송만 160여 건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화이자의 금연보조제인 '챔픽스' 특허소송이다. 당시 한미약품을 필두로 국내 20여 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염 변경 제품으로 '챔픽스'의 특허회피를 진행 중이었다. 결국 솔리페나신 소송에서 특허회피에 실패한 이후 챔픽스 소송 역시 국내 제약기업들의 패소로 끝났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챔픽스, 제2의 '솔리페나신' 될까(6월 28일)

오리지널 금연보조제 '챔픽스'(왼쪽)와 한미약품의 제네릭 '노코틴'(오른쪽) /사진=각사 홈페이지

솔리페나신 소송 결과로 특허소송을 자진 취하한 사례도 있다. 보령제약, SK케미칼 등 다수 국내 제약기업들은 화이자의 류마티스 치료제 '젤잔즈'에 대한 존속기간 연장 특허회피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마찬가지로 국내 제약기업들은 염 변경 약물이 오리지널 의약품 '젤잔즈'의 특허권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초 1심에서 승소했지만 솔리페나신 소송 결과가 나오자 2심에서 소송을 취하했다. 

염 변경 특허회피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제(제형)를 통한 특허회피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솔리페나신 소송 직후인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년여 간 심판청구가 이뤄진 제약특허 소송은 104건이었다. 

이 중 73건이 제제특허 회피 및 무효 소송이었다. 용도특허 18건, 결정형특허 12건, 조성물‧용도특허가 1건 등의 순이었다. 용도 특허회피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적응증으로 제네릭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결정형 특허회피는 동일한 화합물이 여러 결정 형태를 가질 수 있고 결정 형태에 따라서 용해도, 안정성 등 약제학적 특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솔리페나신 소송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염 변경 외의 방법으로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적응증으로 제네릭을 개발(용도특허)하거나 염과 비슷한 결정형 변경을 통해 특허회피에 나서고 있지만 특허소송 자체에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허소송은 3심까지 최대 3년 이상 소요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도 오랜 기간 이어지는 특허소송은 피로도가 크다. 그럼에도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소송이 불가피하다. 주요 매출원인 제네릭의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현재 진행형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특허회피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naver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많이 본 뉴스 최근 2주 한달

산업·부동산 경제·증권 디지털·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