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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산 제네릭의 부끄러운 '민낯'

  • 2021.03.16(화) 16:54

허가와 달리 제조한 의약품 43품목 제조·판매중지
해외 수출 위해 국산 제네릭 품질 경쟁력 강화 필요

Made in China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중국산이라고 하면 짝퉁, 저품질의 이미지가 강하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제조된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에서 불순물이 발견되면서다. [관련 기사: 안전하다던 '라니티딘' 결국 269개 전품목 판매 중지]

최근 중국에서는 식염수와 생수로 만든 가짜 코로나19 백신 수천 도즈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산 가짜 의약품으로 중국에서만 매년 2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품질 이슈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 바이넥스는 최근 일부 의약품이 허가‧신고한 사항과 다르게 제조된 사실을 확인하고 의약품에 대한 회수 계획을 보건당국에 보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넥스와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하는 다른 제약기업에 대해 긴급 특별점검에 돌입했다.

허가 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것으로 확인된 업체별 품목 수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 바이넥스 6품목 ▲ 비보존제약(전 이니스트바이오제약) 4품목 ▲ 조아제약 3품목 ▲ 동국제약‧JW신약 등 6곳 각 2품목 ▲ 그 외 17곳 각 1품목 등 총 43개 품목이었다. 현재 이 품목들은 잠정 제조·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앞서 원료의약품 불순물 사태는 고혈압 치료제에서 위장약, 당뇨병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제네릭에 함유된 불순물이 관리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중국과 인도의 원료의약품 제조소도 문제였지만 국내 보건당국의 부실한 허가 및 관리감독도 질타 대상이 됐다.

이처럼 원료의약품 품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산 제네릭의 품질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은 복제의약품(제네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제네릭 의약품이 허가받기 위해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증명하는 시험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생물학적동등성을 인정받은 제네릭 중 위탁 품목이 2277건, 직접 실시한 품목은 81건에 불과했다.

위탁생동성시험에 대한 규제가 없다보니 한 개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수백 개에 달하는 제네릭 의약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무분별한 위탁생동성시험이 제네릭 난립과 품질 저하를 가져왔다고 보고 ‘공동(위탁)생동성 시험 3+1’ 제도를 재추진 중이다. 대형 제약기업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기업들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국내 보건당국은 지난해 위‧수탁 업체를 상대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또 품질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GMP 자료 요건도 강화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2022년 4월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으로 제네릭 품질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에 대해 제네릭 규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근간이 된 제네릭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내수 제네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국내 제약산업을 한층 더 키우기 위해서는 더 큰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수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코로나19 방역과 진단키트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다.

한 번 추락한 신뢰는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중국처럼 ‘가짜 의약품’, ‘저품질’ 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히면 해외 진출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산 제네릭 품질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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