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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쓰레기 취급받던 폐배터리로 도시광산 만든 이들

  • 2022.09.29(목) 17:38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
공동창업자 팀 존스턴 회장·아제이 코차르 CEO 인터뷰

라이사이클 공동창업자 팀 존스턴 회장(오른쪽)과 아제이 코차르 CEO /사진=곽정혁 PD kwakpd@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우리는 꽤 현실적인 공학도라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이렇게 급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업계에서 이렇게 주목받게 돼 놀랍고 기쁩니다."-팀 존스턴 라이사이클 회장

[길버트(미국)=백유진 김동훈 기자] 팀 존스턴 회장과 아제이 코차르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라이사이클을 창립했다. 공학도 2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금 미국·캐나다에서 36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8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왜 '배터리 재활용'이었나

회사 창립 당시 미국은 배터리 재활용은 고사하고 전기차 보급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미국이 전기차 보급 확산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이후부터다. 작년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코차르 CEO는 "라이사이클을 창립한 2016년에는 누구도 배터리 재활용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며 "당시에는 전기차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얼리어답터'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기차의 성장 가능성조차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제이 코차르 라이사이클 CEO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시장의 무관심 속에서도 두 명의 공학도가 창업에 나선 것은 함께 개발한 '침수 파쇄'(서브머지드 슈레딩, submerged shredding) 기술 덕이었다. 이 기술은 재활용 과정에서 고온 열처리 공정을 없애 안전·환경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관련기사: [르포]'LG 픽'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폭염에도 '쿨'한 비결(9월27일)

라이사이클이 블랙매스(니켈·코발트·리튬 등이 가루 형태로 혼합된 검은색 분말)를 생산하는 전처리 공정은 북미 지역에 특허 등록돼 있다. 블랙매스를 정제해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후처리 공정에 대한 특허도 있다. 업계 경쟁자들보다 수년 앞서 있다는 자신감은 여기에서 나온다.

존스턴 회장은 "라이사이클은 6년 동안 굉장히 가치있는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구축, 다른 배터리 재활용 업체보다 2년 앞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며 "현재 직면해 해결 중인 문제를 다른 업체는 2년 뒤에나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같은 기술 개발에는 전 직장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존스턴 회장과 코차르 CEO는 캐나다 엔지니어링 업체인 해치(Hatch) 출신이다. 존스턴 회장은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한 뒤 해치에서 수석 컨설턴트로 리튬 사업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코차르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화학 공학을 전공하고 해치에서 금속산업기술 개발 관련 자문 역할을 했다.

존스턴 회장은 "리튬 채굴·제련 관련 업종에 종사하다 보니 리튬이온 배터리가 쓰레기 취급을 받고 고부가가치의 화학 원료가 그냥 버려지는 것을 자주 봤다"며 "고온에서 유기물과 플라스틱을 태워버리니 리튬을 회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전환과 환경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배터리 재활용 솔루션이 필수적이라 생각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팀 존스턴 라이사이클 회장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북미 사업자에 우호적 환경

최근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전반적인 환경은 라이사이클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꾸리기 위해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북미 지역 중심의 사업구조를 확보한 라이사이클에 호재가 됐다.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는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세액공제)을 제공한다. 또 내년부터는 니켈·코발트·리튬 등 광물을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40% 이상 조달해야 한다. 2027년에는 이 비율이 80%까지 올라간다.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절반 이상을 북미산으로, 2029년에는 100% 사용해야 한다.

존스턴 회장은 "IRA는 미국 혹은 북미 내 공급망을 확보한 제조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내수 시장을 키우는 것이 골자"라며 "라이사이클의 장점은 자국 내에서 원료를 처리하고 제품을 생산해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차르 CEO도 "이제 제조사는 보조금 조건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고 결국 자국 내에서 부품·원료를 조달해야 하는 인센티브 조건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미 중심의 사업 구조만으로도 라이사이클이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것이다.

라이사이클 애리조나 공장 간판 /사진=백유진 기자 byj@

미국이 인구 3억명이 넘는 대규모 시장이라는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처리할 수 있는 배터리 물량이 기본적으로 많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약 10년이기 때문에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재활용 기업들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불량품, 즉 스크랩 물량을 주로 처리한다. 하지만 라이사이클은 지금도 연간 수천 톤의 배터리를 처리하고 있다. 그중 4분의 1 정도가 스크랩 물량이다.

코차르 CEO는 "작년에도 예상보다 많은 양의 전기차 배터리 스크랩을 처리했다"며 "향후 처리용량을 전망해봐도 스크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선도 위해 남겨진 과제들

다만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어려움도 있다. 라이사이클은 시설 투자에 집중하면서 아직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라이사이클의 3분기 순손실 규모는 2752만달러로 전년동기 약 690만달러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북미공장 확장과 유럽의 전처리 공장 초기 구축으로 운영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라이사이클의 투자 규모는 올 1·2분기 각 2500만달러에서 3분기 8211만달러로 늘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코차르 CEO는 "현재 라이사이클은 얼마나 빨리 시설을 증설해 처리용량을 늘리고, 필요한 인력을 모아 공장 가동을 시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인 만큼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스턴 회장은 "라이사이클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순간이 왔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산을 미리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시설 건설에 굉장히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회사 창립 당시에도 시설 확장을 지속해야 할 것임을 알고 시작했고 향후 수년간은 계속 시설을 증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꾸준한 시설 확장과 함께 미래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라이사이클의 도전 과제 중 하나다. 향후 개발될 차세대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기술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존스턴 회장은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비가열 처리 방식을 활용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상태지만, 리튬메탈 기반 배터리는 기술적인 장애물이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회수할 수 있는 원료의 가치가 더 높아져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시설 확장을 통해 '글로벌 도시 광산'의 역할을 해내겠다는 게 라이사이클의 장기적인 목표다. 존스턴 회장은 "신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회수할 방안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처리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자 한다"며 "기술력·비즈니스·파트너십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장기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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