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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걸음마 시작한 배터리 재활용 '제대로 달리려면…'

  • 2022.10.11(화) 13:26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심층기획
전기차 보급시기 감안 2030년 폐배터리 쏟아져
제도·기술 미흡한 초기시장…지금부터 준비하자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관련기사: ①전기차 급증하는데 독 품은 배터리 어쩌나(10월10일)

전기차 보급률이 급증함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초기 단계다. 전기차에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때는 글로벌은 2025년, 한국은 2030년부터다. 이 시점이 돼야 재활용 시장의 정상적 성장이 가능해진다.

대규모 폐배터리가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해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 기술적·제도적 밑바탕이 갖춰져야 한다. 최근 많은 재활용 업체가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이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 역시 미비한 상태다.

성장하는 '재활용' 시장

사용 후 배터리는 진단 평가를 거쳐 재사용·재활용 여부를 결정한다. 배터리의 잔존가치가 70~80% 이상인 것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재사용하고,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면 니켈·코발트·리튬 등 희귀금속을 추출할 수 있도록 재활용한다.

보통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한 뒤 재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광물 가격 상승에 따라 재사용 없이 재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재사용 후 재활용할 경우 원료 회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사용을 거치지 않고 재활용을 통해 원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료 가격 변동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현재는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재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은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면 어떤 업체도 다 이익을 낼 수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오는 2025년 7억9400만달러(약 1조13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55억5800만달러(약 7조9500억원), 2040년 573억9500만달러(82조1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33%에 달한다.

배터리 재활용에 뛰어든 업체도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재활용 업체는 벨기에 유미코아와 중국의 Brunp(브룬프)·GEM(거린메이)·화유코발트, 한국의 성일하이텍 등 5개 업체다. 이들은 니켈·코발트·리튬·망간·구리 등 5개 원료를 추출할 수 있는 공정을 상용화, 배터리 관련 회사에 원료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 재활용 업체가 상장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경우 올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도 지난 8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목 받았다.

국내시장은 2030년 이후나 본격화

밝은 시장 전망과는 별개로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을 할 수 있는 폐배터리 물량이 확보돼야 하는데, 수명을 다한 배터리 물량이 아직 많지 않아서다.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2년 860대로 시작해 2020년(13만4952만대)에 들어서야 시장이 활성화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보통 5~10년 수준이라, 국내에서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2030년 이후인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연간 폐배터리(팩) 배출 개수는 1075개에 불과하다. 오는 2024년 들어서야 1만개를 넘기고 2025년에는 3만1696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실제 환경부가 전국 4개 권역(수도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에 설치한 미래 폐자원 거점수리센터 중 가장 물량이 많은 수도권 센터에는 현재 월평균 15~20개의 폐배터리가 수거된다. 

김기현 한국환경공단 차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입고된 폐배터리 개수는 92개"라며 "아직은 반납 수량이 많지 않지만,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오는 2030년 이후에는 반입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은 공정 과정에서 나온 불량품, 즉 스크랩 물량을 주로 처리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2008년부터 발 빠르게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어 배터리 공장에서 나온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사업 모델을 도입했는데, 2022년까지도 주된 물량이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가 아니라 스크랩이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는 "현재 배터리 시장은 높은 성장세에 발맞춰 공장을 짓고 안정화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어 스크랩 물량만 해도 많다"며 "배터리 생산공정을 거치면 반드시 로스(loss)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규모는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사업 활성화 속도는 국가별 전기차 보급 속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전세계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중국은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향후 2~3년 후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장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판매된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주기가 도래해 향후 전기차 폐배터리 물량이 큰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며 "작년을 기점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중국 내 재사용·재활용 배터리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서 배출되는 폐배터리도 적지 않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올해 유럽시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양은 0.6GWh(기가와트시)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75%가 재활용 처리될 것"이라며 "오는 2030년에는 유럽 시장에서만 51.4GWh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0.6GWh는 약 70KWh(킬로와트시) 배터리팩이 탑재되는 전기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8500대 수준이다. 올해 2907개의 폐배터리 발생이 예상되는 국내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셈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기술·제도 한계 발견 '2030년을 준비하라'

현재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2030년 급격히 늘어날 폐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엔 제도·기술적으로 미흡하다. 특히 한국은 지난 9월에서야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용 후 배터리 산업에 대한 규정이 처음 나왔다. 이전까지는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된 산업부·환경부 등의 부처가 각기 다른 규제를 내세워 재활용 사업 진입장벽이 높았다.

원재료 이동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한국은 현행법에 따라 내륙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를 제주도로 반입하는 것이 불가능 정도로 이동이 쉽지 않다. 국가 간 이동도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을 위해 생산하는 중간 가공품인 '블랙매스' 반출을 금지했고, 유럽도 이를 검토 중이다. 

폐배터리 물량이 충분치 않다 보니 기술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아직은 폐배터리 물량 자체가 적어 일반 연구기관들이 실험을 위한 배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활용 기술도 완성 단계라 말하기 어렵다. 표준화된 기술이 부재할 뿐 아니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도 미흡하다. 현재 니켈·코발트·리튬·망간·구리 등 5개 원료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재활용 기업은 5곳에 그친다. 배터리 팩에서 셀을 제외한 케이스, 냉각팬 등 나머지 40%에 대한 재사용·재활용 방안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손 연구원은 "재활용 업체들은 많이 생겼지만 상위 플레이어라고 말하기엔 아직 성과가 명확하지 않고, 경제성 있는 재활용 공정이라고 꼽을 수 있는 기술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또 재활용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발전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아직 발전 단계다. 향후 배터리에서 모듈이 사라지는 CTP(Cell to Pack) 기술이 도입되면 재활용 공정도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 전기차의 경우 8000개 정도의 배터리 셀을 모듈 없이 채워넣은 구조라 팩 자체를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이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하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나 리튬메탈을 소재로 한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존스턴 라이사이클 회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재활용 처리 기술을 개발한 상태지만, 리튬메탈 기반 배터리는 기술적인 장애물이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는 회수할 수 있는 원료 가치가 높아져 가치 있는 시장으로 보고 꾸준히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공정에서 안전상 문제도 있다. 일반적인 재활용 공정의 첫 단계는 배터리 분해 작업이다. 이를 위해선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게 우선이다. 방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분해하면 폭발 위험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재활용 업체에 배터리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않아, 방전 작업을 해도 충방전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자칫 전기가 남은 상태에서 분해하다가 화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모델별로 종류가 달라 재활용 업체에선 공정 자동화가 힘든 상황이다. 제조사에서 전기차의 전반적인 정보를 저장하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기업비밀 사유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재활용 처리를 구분하는 진단 평가 과정도 복잡하다.

이에 대해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는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제조사마다 팩을 만드는 기술이 각사의 노하우라 표준화를 하지 않는다"며 "화재 예방 역할을 위해 보안을 강화해 놓은 부분도 있어 재활용 업체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쏟아져 나올 폐배터리를 정부에서 전부 감당할 순 없다. 민간기업 영역에서 정확한 진단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20년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배터리는 보조금 이슈로 환경공단 미래폐자원수거센터에서 수거해 배터리 진단 평가를 한다. 하지만 작년부터 보조금 제도가 달라지면서 배터리도 전기차 소유주의 재산으로 변경돼 민간에서 처리해야 한다.

석준호 포스코홀딩스 리더는 "폐차장이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해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폐차장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금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 등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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