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⑤자원전쟁과 엮인 배터리재활용 해법은

  • 2022.10.14(금) 15:13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심층기획
블랙매스 국외반출 규제시 대안 준비해야
현지공장건설·기술제휴·M&A 등 해법고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 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돼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 불안이 해소된다면 모를까요. 지금 상황에선 광산 개발·배터리 재활용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올들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광산 개발·재활용 산업이 들썩이고, 최근 우리 정부가 배터리 재활용 산업 규제 개선안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비싸진 배터리 원재료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광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13일 조회 기준 kg당 509.5위안으로 2019년 58.86위안 대비 765.6% 증가했다. 코발트 가격도 현재 톤당 5만1505달러로 2019년과 비교하면 54.5% 늘어났다. 니켈의 톤당 가격도 같은 기간 56% 증가한 2만1750달러다.

광물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은 수요 대비 공급망 불안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망 불안은 니켈,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를 일부 국가가 과점한 구조에서 비롯됐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 콩고의 코발트 광산 약 70%는 중국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장기화는 중국산 원재료 공급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리튬 매장량의 80% 가량도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중국 등 4개국에 집중됐다. 니켈의 경우 비교적 고루 분포됐으나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불안에 대한 우려로 톤당 가격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컸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정련 니켈 공급국인데, 국제 사회의 무역 제재를 받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는 지난 8월 러시아산 니켈에 대해 영국 내 지정창고 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니켈 시장은 전기차 시장 확대와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돼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했다"며 "중국의 8월 신에너지자동차(전기차) 생산량은 71만4000대로 전년동월대비 117%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필리핀의 올 상반기 니켈 생산량도 호우 여파로 전년대비 20%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요국 갈등 격화 여파는

여기에 더해 미국이 지난 8월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을 발효하면서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IRA는 2023년부터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7년에는 이 비율이 80%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미국은 이같은 주요 광물을 자체 생산하는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지난해 니켈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0.7%에 불과하고, 매장량도 0.4%에 그친다. 그런데 니켈의 주요 생산국은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다.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데 따른 국제 사회의 제재를,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풍부하게 보유한 국가이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원재료 공급망 확보에 재빨리 나서야 하는 형편이다. SK온이 최근 호주 '레이크 리소스'(Lake Resources)에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톤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사안이 대표적 사례다.

SK온 관계자는 "레이크 리소스로부터 공급받은 아르헨티나산 리튬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한 후 북미 사업장에 투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렇게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정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원확보 차원 중요성 부각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자원 전쟁'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 니켈·코발트 등 비싸면서 구하기 어려워지는 배터리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일부 국가가 과점하고 있는 원재료를 재활용, 자국에서 재생산하면 공급망 불안을 줄이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미국도 이런 이유로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규제를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관계자는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이 진짜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의 최고경영진들도 '발칸화'란 용어를 기반으로 재활용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발칸화는 20세기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국가간 분열을 다양한 종류의 분열에도 적용해 쓰는 말이다.

팀 존스턴 라이사이클 회장은 취재팀과 만나 "라이사이클을 창업한 2016년만 해도 아무도 배터리 재활용에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전기차도 주류가 아니었다"며 "그런데 이제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폐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특히 발칸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원재료를 확보할지에 대해 시장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 역시 "미·중 갈등이 커지고 중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서 각국·기업이 광산 개발과 재활용 사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기존에는 원재료 채굴 과정이 환경오염 요소가 있는 반면, 채굴되는 규모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환경성·사업성·경제성 등을 이유로 원재료 공급을 중국 같은 일부 국가에 의존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배터리 원재료 가운데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는 81%, 흑연은 92%에 달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활발히 움직이는 '키 플레이어' 중 하나다. 전기차에 철강을 공급하는 회사이자 배터리 회사에 원재료를 파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달 사이 포스코는 리튬을 캘 수 있는 염호 개발과 동시에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확장하는 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재활용의 사업성이 광산을 개발하는 것보다 뛰어나기에 동시에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석준호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사업담당 리더는 "보통 2조~3조원을 투자하는 니켈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캘 수 있는 규모가 3만톤인데, 포스코는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으로 2030년 기준 6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재활용만으로 조단위 투자가 필요한 광산 2곳을 개발하는 셈이 된다"고 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2단계 투자 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GS에너지와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관련 합작법인도 연내 만들기로 했다. GS에너지는 정유사업을 하는 GS칼텍스를 핵심 자회사로 거느린 곳이다. 내연기관차용 기름을 파는 회사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다급히 뛰어들 정도로 재활용 시장은 그 가치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과는 '이차전지 소재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스코와 LG는 양·음극재 중장기 공급과 구매, 리튬·재활용·차세대음극재 등의 부문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포스코는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장도 준공했다. 유럽 내 배터리 스크랩(불량품)과 폐배터리를 수거 및 분쇄해 블랙매스를 만드는 공장이다. 준공식 행사에 LG에너지솔루션, GS에너지,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 관계자들이 고객사이자 협력사 자격으로 참석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협력 구도를 예상하게 한 바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유럽을 필두로 2030년부터 이차전지 재활용 원료 사용이 의무화 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각국 정책 바뀔시 韓기업 대응책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변수도 있다. 전기차·배터리 핵심 시장인 유럽·중국·미국이 자국 중심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블랙매스' 반출을 금지하는 규제가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블랙매스 반출을 금지해 자국 내 순환경제 구축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도 내년부터 블랙매스 반출을 사실상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매스 반출 금지가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배터리를 파·분쇄해 만드는 검은색 가루를 뜻하는데, 이 가루에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원재료가 섞여 있다. 그런데 블랙매스 반출을 제한하면 재활용 업체는 블랙매스를 황산으로 녹이고 각 원재료를 뽑아내는 이른바 '후처리' 공정도 함께 갖춰야 한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성일하이텍은 인도,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한 블랙매스를 전북 군산 하이드로센터로 가져와 후처리 공정을 진행한다.

전세계적으로 블랙매스 반출이 금지되면 성일하이텍 등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각 국가 공장에 후처리 공정까지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 화학물질을 다량 사용하는 후처리 공장을 지으려면 더 엄격한 환경 규제에 직면한다.

EC 관계자는 "블랙매스의 역외 반출 규제는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나, '금지'의 성격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며 "역외에서 배터리를 재활용한다고 해도 역내와 마찬가지 조건에서 이뤄지도록 법적 원칙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역내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되, 역외에서 재활용할 경우 일정 기준을 따르도록 관리·감독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규제보다 인센티브와 같은 당근책을 통해 국외반출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IRA는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핵심 광물이 미국 및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 및 처리된 경우 또는 북미에서 재활용된 경우, 보조금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아 보조금을 못받으면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는 규제와 다름 없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라이사이클의 팀 존스턴 회장과 아제이 코차르 라이사이클 CEO(최고경영자)는 "미국은 자유무역시장이므로 블랙매스 반출을 금지하기보단 자국 내 생산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유럽에도 공급망을 자국화하려는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북미와 유럽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급망을 자국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매스를 유럽, 아시아 등 다른 대륙으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지만 인센티브를 통해 빠져나가지는 않게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차원에선 주요국 정책 변화에 대응한 공장 시설 보완 및 증설과 기술 개발·제휴, 다양한 사업자와의 협력이 요구된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유럽에서 블랙매스 반출 제한을 하면 현지에 공장을 추가로 지어야 하는데, 중국과 한국이 배터리 재활용 기술 측면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우위에 서려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재활용 시장 전망이 밝으나 아직 경제성 있는 공정·우위 사업자가 없는 까닭에 배터리 산업 전후방 기업뿐 아니라 전혀 관련 없는 기업까지도 뛰어들고 있다"면서 "기술제휴·M&A(인수·합병) 등 다양한 시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