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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LG 픽'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폭염에도 '쿨'한 비결

  • 2022.09.27(화) 07:10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북미 최대 라이사이클 애리조나 공장 가보니

팀 존스턴 라이사이클 회장(오른쪽)이 취재팀에 공장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언론 중 라이사이클 현지 공장에 방문한 것은 비즈니스워치가 처음이다./사진=곽정혁 PD kwakpd@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길버트(미국)=백유진 김동훈 기자]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 주도인 피닉스. 이른 아침 시간이었지만 기온은 34도에 달했다. 지난달 30일 피닉스 시내에서 차로 약 40분을 달려 길버트에 위치한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라이사이클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에 들어가면 바깥 날씨보다 더 후끈한 열기가 느껴질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시원했다. 심지어 공장 내 천장에는 태양열을 막기 위한 단열재 사이사이 환풍기 몇 대만 돌아가고 있을 뿐 에어컨도 없었다.

라이사이클 공장을 방문한 지난달 30일 피닉스의 날씨.

시설을 안내해준 팀 존스턴 라이사이클 회장에게 왜 공장이 덥지 않은지 묻자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업체는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등 원료를 전부 소각하는데, 이 과정에서 건물도 뜨거워져 작업환경의 온도가 많이 올라간다"면서 "하지만 우리 공장에서는 원료 가열 등 열처리를 하지 않아 작업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여름이면 한낮 기온 40도가 훌쩍 넘는 애리조나주에서도 무리 없이 공장 가동이 가능한 이유가 '기술력'에 있다는 것이다. 취재팀은 라이사이클의 협조를 얻어 공장 내부를 자세히 둘러봤다.

미국 애리조나주 길버트에 위치한 라이사이클 최대 공장./사진=곽정혁 PD kwakpd@

공정 단순화해 경쟁력 높여…기술력의 힘

팀 존스턴 회장과 아제이 코차르 CEO(최고경영자)는 스포크(Spoke)&허브(Hub) 기술을 앞세워 2016년 라이사이클을 창립,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국내에서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작년 12월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한 회사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재활용은 전처리·후처리 공정으로 이뤄진다. 전처리 공정에서는 방전된 배터리를 해체·파쇄해 니켈·코발트·리튬 등이 가루 형태로 혼합된 검은색 분말 '블랙매스'를 제조한다.

후처리 공정은 블랙매스에서 니켈·코발트·리튬 등의 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라이사이클은 전처리 공정을 스포크(Spoke), 후처리 공정을 허브(Hub) 기술이라고 부른다. 애리조나 공장은 스포크 시설을 갖춘 공장이다.

라이사이클 애리조나 공장 내부./사진=곽정혁 PD kwakpd@

애리조나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한 시설 구조였다. 공장 내부에는 배터리를 투입해 블랙매스까지 생산되는 공정이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기기 한 대가 전부였다. 배터리를 팩 채로 컨베이어 벨트에 투입하기만 하면 블랙매스를 생산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인원도 6명이 전부였다. 

존스턴 회장은 "배터리 분해나 방전을 진행하지 않아 직원들은 공정에 배터리를 투입하는 업무만 수행한다"며 "공정이 고도로 자동화돼 있어 직원들은 주로 원료를 다루거나 조작 위주로만 작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로 이뤄지는 공정 과정은 이렇다. 배터리를 용액에 투입하면, 분해된 플라스틱은 용액보다 가볍기 때문에 위로 떠오른다. 플라스틱보다 무거운 금속 원료는 다음 단계를 거친다. 니켈·코발트·리튬 등이 포함된 블랙매스는 알루미늄·구리 등의 금속보다 크기가 작아 용액 내에서 또 한 번 분리된다.

필터로 블랙매스와 기타 금속을 걸러내면 깨끗한 용액만 남는다. 이 용액은 다시 재활용돼 공정에 투입된다. 라이사이클은 이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2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팀 존스턴 회장이 라이사이클 공장에서 생산한 블랙매스를 보여줬다. 용액을 사용해 분해하기 때문에 물기가 남아있어 먼지가 날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사진=곽정혁 PD kwakpd@

특허 용액 활용…에어컨 없어도 OK

라이사이클은 이렇게 용액을 활용하는 기술을 '침수 파쇄'(서브머지드 슈레딩, submerged shredding) 기술이라고 부른다. 전처리 공정에서 배터리를 방전하지 않고 특허받은 용액에 바로 담가 파쇄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전처리 공정에서는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키는 과정이 필수다. 배터리를 방전시키지 않고 파쇄하면 자칫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라이사이클의 특수 용액은 배터리를 방전시킬 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을 방지하고 전해질 내 활성물질을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배터리를 해체하는 과정도 필요 없다. 실제 공장에 설치된 시설을 살펴보니 배터리 해체나 방전 과정 없이 바로 처리 시설에 투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코차르 CEO는 "이어 "용액으로 배터리를 파쇄하면 산소를 차단해 열이나 화재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며 "이것이 특허받은 기술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공장 한편에는 생산 완료된 블랙매스와 각종 금속이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영상=곽정혁 PD kwakpd@

공장 입지가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과 가까운 것도 이 덕분이다. 라이사이클 애리조나 공장 바로 옆에는 창고형 가구 매장이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유명 슈퍼마켓의 간판도 보였다. 상업 지역 한복판이었다. 논밭으로 둘러싸인 외딴 시골이나 산업단지 내에 들어서 있는 다른 배터리·재활용 공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코차르 CEO는 "고온으로 원료를 가열해야 하는 처리공정이 있다면 훨씬 더 외진 곳에 있어야 하겠지만 이 공장은 경공업 지역의 중심 중에서도 상업지역에 가깝게 자리해있다"며 "시설 허가를 받기에도 효율적이라 이는 라이사이클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안전·환경 두 마리 토끼 잡기

이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기도 하다. 라이사이클은 성공을 위한 4대 원칙으로 △안전(Safety) △친환경성(Environmentally sustainable) △경제성(Economically sustainable) △확장성(Scalable)를 내걸었다. 이 4가지가 다 함께 이뤄져야만 성공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게 그들의 고집이다.

특히 존스턴 회장은 "안전은 공장 가동을 위한 라이선스"라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회사라면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 확보는 사업 허가증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사업을 시작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라이사이클이 습식 방식을 택한 데에는 환경적 요인도 있다. 배터리를 처리하는 방식에는 액체를 활용하는 것 외에 원료를 태우는 건식 방식이 있는데, 건식 방식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게 라이사이클의 주장이다. 

존스턴 회장은 "건식제련 방식은 배터리에 에너지를 투입해야 해 덜 효율적이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배터리 처리 방식도 아니다"라며 "침수 파쇄 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친환경적인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사이클의 처리 방식은 전통적인 고온 건식제련과 달리 대기로 오염물질을 방출하지 않고 물을 낭비하지도 않아 폐기물 발생이 없다"며 "애리조나 지역사회뿐 아니라 공장을 운영하는 모든 관할구역의 지역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후처리 공장까지 사업 다각화

애리조나 공장은 현재 가동 중인 라이사이클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연간 처리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1만 톤이다. 올해 5월 가동을 시작한 이후 점차 생산량을 늘려 현재는 최대 생산량에 가까워졌다. 

특히 애리조나 공장은 두 개의 생산라인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공장이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생산라인에 평행하게 두 번째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라인이 증설되면 연간 2만 톤을 처리할 수 있다.

설비 설치는 단순하다. 캐나다에서 시설 전체를 통째로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이를 공장으로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에 짓고 있는 공장은 애리조나 공장의 쌍둥이 공장으로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시설이 채워질 예정이다. 

존스턴 회장은 "이전까지 기차 제조시설로 사용되던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설비를 만들어 공장으로 보내는 구조"라며 "모듈식(규격화된 부품을 조립해 만들 수 있는) 건축 기술을 사용해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처럼 이 설비를 다른 공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서는 공장이 위치한 애리조나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네바다, 텍사스 등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주에서 발생하는 배터리를 수거해 처리한다. 현재 뉴욕 로체스터에서 가동 중인 스포크 시설에서는 캐나다와 미국 북동부 지역을 맡고 있다. 내년 가동될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미국 남부 및 동남부에서 원료를 조달할 예정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라이사이클은 아직 허브 시설이 없다. 아직은 블랙매스나 금속을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판매하는 사업모델인 셈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현재 뉴욕 로체스터에 원료 연간 9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허브 시설을 짓고 있다. 전세계 라이사이클 전처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전부 소화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으로 환산하면 18GWh(기가와트시)다. 차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18GWh는 대략 전기차 22만5000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과 같은 수준이다. 뉴욕 후처리 공장은 내년 시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존스턴 회장은 "뉴욕 로체스터에 정제공장이 완성되면 스포크 시설에서 생산된 블랙매스를 이 공장으로 보내 황화니켈, 황화코발트, 탄산리튬 등의 화학 원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차르 CEO는 "핵심은 기술과 공정"이라며 "이는 라이사이클이 다른 배터리 재활용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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