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안과질환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SB15'의 임상3상 최종 결과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치료적 동등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다만 아일리아의 원개발사가 적극적으로 특허 방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B15 임상3상 최종 결과서 동등성 확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3일부터오는 27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미국 시력안과학회(ARVO) 연례 학술대회에서 SB15의 임상3상 최종 결과를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회사는 2020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미국, 한국 등 10개국에서 습성 연령 유관 황반변성 환자 449명을 대상으로 SB15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효능과 안전성, 면역원성 등을 비교하는 임상3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출한 초록에 따르면 임상 시험 대상 환자의 최대 교정시력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사하게 56주까지 개선됐다. 또한, SB15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유효성, 안전성, 면역원성, 약동학적 특성이 56주까지 유사하게 나타났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투약한 뒤 32주부터 SB15로 교체 투약한 그룹과 오리지널 의약품 투여를 유지한 그룹 간 56주까지의 유효성, 안전성, 면역원성도 유사했다.
SB15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여덟 번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이자, 두 번째 안과질환 치료제다. 회사는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의 바이오시밀러 'SB11'를 미국, 한국, 독일, 캐나다 등에 출시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번 결과 발표로 당사의 안과질환 치료제 연구 개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환자에게 고품질 바이오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개발사 특허 방어 사활…회피 전략 관건
아일리아는 미국 리제네론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안과질환 치료제다.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의 치료에 쓰인다. 현재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가운데 전 세계 매출 1위 제품으로, 전체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 규모는 약 96억4740만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다.
아일리아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치열한 제품으로 꼽힌다. 아일리아는 1병(바이알)당 80만~90만원에 달하는 고가 치료제다. 게다가 습성 황반변성은 완치가 어려워 1~2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보통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출시 이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천당제약, 알테오젠, 셀트리온, 로피바이오 등 국내 기업을 포함해 국내외 10여개 기업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다만 리제네론과 바이엘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방어 전략을 펼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당초 오는 6월 만료될 예정이었던 미국에서의 물질 특허는 11월로 연장됐고 유럽 물질특허는 2025년 5월 만료된다. 이 밖에 물질 특허 외 생산, 제형, 제조 방법 특허 등도 출원했고 적응증별로 투약 간격을 늘리는 시도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최근 소아 독점권을 통해 시장독점권을 내년 5월 17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소아 독점권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요청에 따라 제약사가 소아 피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경우 특허 만료 전문의약품의 독점 판매 기간을 6개월 연장해 주는 제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내년 1월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5개월가량이 더 늦어지게 됐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안과질환 치료제 시장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리제네론이 아일리아 특허 방어를 위한 전략을 촘촘하게 세우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의 세부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라며 "다수 바이오시밀러들이 동시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퍼스트무버로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