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언스가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구개발(R&D)에만 1조2000억원을 투입, 글로벌 백신∙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또 위탁생산(CMO)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연내 한 건 이상의 인수합병(M&A)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규모 투자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날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지금부터 향후 5년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를 좌우할 적극적 투자의 시기"라며 "백신∙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탑티어(Top-tier)로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2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회사가 발표한 투자액 2조4000억원은 지난 5년간 투자한 금액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투자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시사했다. 안 사장은 "현재 회사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파이낸싱이나 인수금융 등을 일으켜 3조원 이상까지 펀딩을 받을 여력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2033년까지 연평균 투하자본수익률(ROIC) 14%를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4808억원이었다.
멈췄던 '자체 개발' 백신 사업 '재개'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이전 주력 사업이었던 자체 개발 백신을 통해 매출 확대를 도모한다. 세부적으로 이번에 발표한 투자액 가운데 1조2000억원을 R&D에만 쏟을 예정이다. 또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지난해 440억원 수준이었던 자체 개발 백신 매출 규모를 오는 2024년 22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는 전 세계 11개 국가에서 품목허가를 받았고 12개 국가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과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 역시 입지 강화에 나선다. 코로나19 시기 중단했던 독감 백신 생산도 재개한다.
그는 "지난 2년간 독감 백신 생산을 멈췄는데 오는 겨울 대비해 준비 중이고 잘 판매하겠다"며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와 경쟁해야 하는데, 자사의 제품은 저렴한 가격과 통증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할 5개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팬데믹을 계기로 구축한 글로벌 협력 체계를 활용해 백신 개발과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Pan-sarbeco)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등을 내세웠다.
그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등과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백신 분야의 글로벌 최강자가 되겠다"면서 "주요 파이프라인들은 가장 빠르게 출시하는 것보다 선두 주자를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상용화 성공률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CMO 강화 위해 연내 M&A 성과 기대"
CMO 사업도 지속해서 확장한다. CMO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글로벌 R&PD 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기존 안동 공장을 증설한다. 글로벌 R&PD 센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수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기준(cGMP) 수준을 갖춘 시설로, 오는 2025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사장에 따르면 글로벌 R&PD 센터 설립과 안동 공장 증설에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정도가 투입될 전망이다.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는 "CMO 사업 추진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기업을 살펴보고 있다"며 "M&A와 관련 올해 안으로 좋은 소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했다.
이어 안 사장은 "해외 국가에 R&D 및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 해당 지역의 정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어 투입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지 않다"고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다국적 제약사와 CMO 계약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 내 CMO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안 사장의 설명이다.
코로나19 백신도 지속
코로나19 백신 사업은 물론 새로운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내실 강화에도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접종 대상과 적응증을 확대하고 제형 다양화해 스카이코비원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스카이코비원은 현재 WHO와 영국보건청 긴급사용승인 심사 허가가 임박했다"면서 "지금 허가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을 수 있지만 향후 팬데믹을 대응하고 사업을 진출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BN.1, XBB 등 신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확인 중이다. 빠르면 상반기 중 변이 예방에 대한 임상 결과를 확보해 연내 영국, 세계보건기구(WHO) 허가 등을 완료할 계획이다. 스카이코비원 2가 백신은 코로나 백신이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는 오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그는 "상장사로서 주주에 대한 책임감뿐만 아니라, 백신을 만드는 기업으로서 인류 보건 증진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코로나19 동안 국민이 보내줬던 격려에 성과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