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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부산 전기차 설비투자 계획이 불러온 전망들

  • 2023.06.23(금) 08:20

외국 완성차, 국내 전기차 공장 첫 사례
부산공장 역할변화·韓배터리사 협업 기대

르노 그룹이 부산에 전기차 설비 공장을 짓기로 함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이 작년 방한때 밝힌 '6년 동안 수억 유로 투자'의 첫 청사진이 공개됐다는 시각이다. 외국계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 전기차 설비 공장을 짓는 첫 사례라는 의미도 있다. 

또 르노 그룹은 그동안 '부산 공장이 중대형 차량의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번 전기차 설비 공장 계획이 밝혀지면서, 향후 부산 공장의 역할 변화도 예상된다.

르노 그룹이 국내에 전기차 설비 공장을 설립하는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와의 합종 연횡도 기대해볼 만하다.  외국 완성차기업 첫 사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르노코리아자동차에 따르면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다. 귀도 학 부회장은 박 시장에게 부산공장 전기차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공장 라인을 증설할 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할 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르노코리아 측에서 이번 투자계획에 대해, '전기차 공장'이 아닌 '전기차 설비 공장'이라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공장이 아닌 전기차 설비 공장이 더 정확한 표현이며 전동환 전환을 위한 준비 단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기존 공장을 증축해나갈 것인지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것인지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부산공장에서 XM3, SM6, QM6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과거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생산한 이력도 있다. 1개 조립 라인에 최대 8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체계를 갖췄으며 연간 최대 생산 능력은 30만대에 달한다. 

외국 완성차 업체가 국내 전기차 공장 관련 계획을 밝힌 건 르노 그룹이 처음이다. 국내에 생산 공장을 둔 GM은 전기차 공장 설립과 관련,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번 르노그룹의 전기차 공장 투자 발표로 GM 역시 전략 수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번 전기차 설비 투자는 르노코리아 지분을 보유한 중국 전기차 업체 지리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기반을 둔 다른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게 될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와 합종 연횡 예상

루카 데 메오 르노 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르노코리아

이번 르노 그룹의 투자 발표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루카 데 메오 회장이 지난해 10월 방한할 당시 한국 시장 전략을 발표하며 "여건이 갖춰진다면 수억 유로 투자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기차 설비 투자 계획은 급작스럽다는 평가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산 공장의 전기차 전환에 대해 정해진 입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르노 그룹은 '부산 공장을 중·대형차 모델의 수출 허브로 키우겠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루카 데 메오 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생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문을 닫아두진 않겠다"는 미확정 답변을 내놨다. 

업계에선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이 2026년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코리아가 2024~2025년 하이브리드 신차 2종을 선보일 계획인 점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 차종 다각화와 전동화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올해 신차 계획은 없지만 르노코리아가 전기차 설비 공장 계획을 밝히고 앞으로의 전략을 분명히 내비쳤다"며 "2024년, 2025년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고 2026년 전기차 생산에 나서며 시의 적절하게 전동화 전환에 나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최근 정부가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켜 투자세액 공제 규모를 키운 것도 르노 그룹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며 "부산 공장이 혼류 생산이 가능해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두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르노 그룹이 국내 배터리 업계와의 합종 연횡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르노 그룹의 전기차 모델엔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수급과 수출 경쟁력 면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와 협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직 르노 그룹은 국내 배터리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한 이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르노 그룹은 국내 배터리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기업과 협력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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