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촉발한 AI 전쟁이 전 세계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AI는 기존 디지털 시대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식별하고 판단하는 수준을 넘어서 기계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인간을 대신해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향후 운명을 가를 생성형 AI를 경영 전략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비즈워치는 2024년 연중 기획으로 국내외 AX 현황을 살펴보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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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AI(인공지능)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챗GPT 첫 화면에 보이는 문구다. 지난 2022년 12월 1일(한국 시간) 이 챗봇 서비스가 등장한 뒤 세상은 충격에 빠졌다. 이 문구처럼 인간이 궁금한 모든 것을 유려한 문장으로 답하는 모습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데 그치는 게 아니었다. 문서 요약이나 번역, 창작, 프로그래밍 등을 막힘없이 수행했다. 대중들에게 이런 AI 서비스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개발사인 오픈AI가 내놓은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구글은 최고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동했다.
챗GPT의 등장은 'AI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그간 준비해온 AI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으며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했고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에 챗봇 코파일럿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경우 자사 대규모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를 적용한 챗봇 바드를 내놨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챗GPT와 유사한 클로바X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뿐만 아니다. 아마존의 타이탄과 메타의 라마, 애플 에이잭스, LG AI연구원의 엑사원, 삼성 가우스 등 국내외에서 생성형 AI 모델이 정신 없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타임즈는 이를 두고 'AI 군비 경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처럼 지난해 전 세계 빅테크 업체들은 자사의 AI 기술을 선보이며 기싸움을 벌였다. 챗GPT에 밀리면 안 된다는 절실함이 읽혔다.
올해는 이런 생성형AI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2024년)은 생성형 AI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IT커뮤니케이터로 잘 알려진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2024년은 생성형 AI가 실제 비즈니스를 만나기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AI 모델을 마케팅, 고객상담, 콘텐츠 생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여 효율을 극대화하고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성형AI가 뭐길래…이미지 생성에 게임 개발까지
지난해 전 세계 산업계를 뒤흔들었던 AI 기술은 정확히 말해 '생성형 AI'다. 오픈AI의 GPT 모델의 'G'가 바로 Generative로 생성이라는 의미다. 생성형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텍스트, 이미지, 음성, 비디오 등을 만드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기존의 AI는 흔히 판별형 AI로 불린다.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것이 맞는지를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성형 AI의 경우 기존의 데이터와 학습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판별형 AI와는 구별된다.
챗GPT는 생성형AI를 적용한 대표적인 챗봇 서비스다. 이와 유사한 MS의 빙과 구글의 바드, 네이버의 클로바X는 인간의 질문에 막힘 없이 답변을 쏟아내 마치 인간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흔히 AI라고 하면 공상과학 소설 등에 등장하는 AI로봇을 상상한다. 챗GPT는 이런 AI로봇을 상상하게 한다. AI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경험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생성형AI의 기능은 대화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다른 대표적인 서비스로 여겨지는 것은 바로 이미지 생성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로 여겨지는 미드저니를 비롯해 스테이블 디퓨전, 달리 등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들은 인간의 몇 마디 설명으로 수십 초 만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이 밖에 MS의 코파일럿의 경우 인간의 요구에 맞춰 엑셀 데이터를 분석해 주거나 PPT 파일을 만들어주는 등 업무를 돕는 기능을 한다. 또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서비스와 여행 일정을 짜주는 프로그램, 심지어 게임을 개발해 주는 모델 등 생성형 AI의 기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아이폰이 만든 산업 지도, 생성형 AI가 뒤흔든다
지난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은 전 세계 산업계의 지도를 바꿔놨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이 달라졌고 기업들은 이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더욱 각광받기 시작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여전히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생성형AI 역시 산업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기업들 역시 분주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세상에 없던 AI 서비스들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과 기업에 충격을 받았던 한 해였다면 올해의 경우 산업 곳곳에서 AI 기술을 상용화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일단 AI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지난 2022년 약 40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오는 2032년에는 1조 3000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10년 사이 관련 시장이 30배 이상 성장할 거라는 의미다. 이 보고서를 내놓은 만디프 싱 애널리스트는 "향후 10년 동안 생성형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기술 부문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준비하며 새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선자의 경우 지난해 선보인 가우스를 주요 제품과 서비스에 구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내년 1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생성형 AI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하반기에는 애플 역시 아이폰16 시리즈에 AI 기능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워 금융, 소프트웨어, 게임,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군의 공공·민간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카오의 경우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등에 AI 서비스를 접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도 올해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이나 관련 서비스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의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하거나 관련 플랫폼에 챗봇 형태의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위해 AI 관련 인력 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산업 인력 수는 5만142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20.9% 증가한 수치다. AI 기업 수와 매출액도 각각 지난해보다 22.9%, 21.5% 늘어난 2354개, 5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활용 기업과 아닌 기업 간 격차 커질 것"
생성형 AI는 단순히 관련 서비스나 제품 출시 등으로 산업의 지도를 바꾸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 전반의 업무 방식이나 조직 문화를 혁신할 거라는 전망도 많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일일이 코딩을 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인간의 언어로 명령을 내리면 AI가 알아서 컴퓨터의 언어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개발 시간이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AI가 단시간 내에 개인화한 최적의 서비스를 제시해 효율성을 크게 진작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 기관들은 과연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딜로이트 AI 연구소는 지난해 'AI활용서: 6대 산업별 활용사례'라는 보고서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비용 절감 △실행 속도 단축 △복잡성 단축 △관계의 전환 △혁신 촉진 △신뢰 강화 등의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AI 기술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성공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과거 수십 년간 공상과학 소설에나 등장하던 인공지능(AI)이 이제 실생활과 일상적 업무의 영역에 진입하면서 경쟁 필수 요건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며 "AI가 사업에 어떠한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기업 리더와 의사 결정자들이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영연구원 역시 '생성 AI 시대, 일하는 방식이 변한다'는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의 무한한 가치 제고와 생산성 증대 잠재력을 감안할 때 향후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며 "생성형 AI라는 새롭고 거대한 변화를 먼저 활용해 앞서나가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