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의 장악으로 시작된 홍해 리스크가 장기화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해상 물동량이 급감한 여파로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료는 폭등 중이다. 선박들이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기업에 전가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임시 선박에 투입에 나섰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10일간(2023년12월24일~2024년1월2일) 수에즈 운하를 지나간 해상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이곳을 거치지 못한 물동량은 대거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되고 있다. 머스크(Maersk)를 비롯한 주요 선사들이 대거 몰리면서 같은 기간 희망봉 물동량은 67% 증가했다.
항로 변경으로 일단 숨통은 트였지만 피해가 적지않다. 아시아~유럽 희망봉 항로는 수에즈 운하 대비 9000km가 늘어난다.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나오는 길이어서다. 늘어난 길이만큼 운항일수도 최대 2주까지 대폭 증가한다. 운항 일정도 뒤엉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용 문제도 있다. 선박들이 우회로를 택하면서 전 세계 물류비는 약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전 세계 물류비를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1896.65까지 치솟았다. SCFI가 2000선에 육박한 건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일부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 진입을 시도했지만 피습에 노출되면서 다시 우회로를 택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이면 조만간 SCFI가 2000을 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수출기업 '이중고'
시장 곳곳에선 비상이 걸렸다. 가장 마음 졸이고 있는 곳은 바로 수출기업이다. 급증한 물류비도 문제이지만 납품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에서 채우는 한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운송 지연은 향후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현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 이달 중순이면 물류 대란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해운업계와 물류기업 등을 한데 모아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비상 대응반도 꾸렸다. 여기서 나온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유럽·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추가 투입되는 HMM 컨테이너선은 총 4척이다. 북유럽 노선에 1만1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1척, 지중해 노선에는 4000~6000TEU급 3척이 들어간다. 각 컨테이너선은 이달 중순부터 순차 출발할 예정이다. HMM은 코로나 팬데믹 때도 총 81회의 임시 선박을 투입해 국내 수출기업의 화물을 해외로 운송한 바 있다.
HMM 관계자는 "별도의 여유 선박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 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노선의 선박을 재배치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한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임시 선박 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