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 부사장이 그룹 미래비전총괄 자리를 줄이어 맡고 있다. 한화는 그룹 내 서비스‧건설·기계장비 쪽을 김 부사장에게 맡기는 승계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가 미래비전총괄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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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화세미텍은 김동선 부사장(사진)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화세미텍에서 보수를 받지 않는다.
이날 이 회사는 사명을 한화정밀기계에서 한화세미텍으로 바꾸고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세미텍은 반도체(Semiconductor)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회사 측은 "차세대 기술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 부사장은 한화비전·한화로보틱스 등에서 신사업 발굴에 주력해왔다"며 "김 부사장의 합류로 고대역폭메모리(HBM)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 열압착 장비) 등 최첨단 장비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 HBM 제조에 필수적인 후공정 장비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에 TC본더 공급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 TC본더는 그간 한미반도체가 독점 공급해온 시장이다. 한화세미텍과 한미반도체는 TC본더 특허를 두고 소송을 벌이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우리가 나아갈 할 방향성과 의지를 새 이름에 담았다"며 "끊임없는 R&D 투자를 통해 이뤄낸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세미텍은 김 부사장에 미래비전총괄을 맡겼지만 회사 경영은 대표가 하는 구조다. 최근 한화세미텍은 안순홍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올해 초 대표에 선임된 김재현 전 대표가 겸직금지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화푸드테크 기술총괄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간판뿐 아니라 수장까지 바꾸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김동선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비전·한화모멘텀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다. 여기에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까지 맡게 됐다. 그룹 내 서비스·기계장비 등 계열에서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는 것이다.
김 부사장이 그룹 내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은 것은 작년 8월부터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는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비전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했고, 김 부사장은 미래비전총괄을 맡았다. 이후 기계 계열사 등으로 미래비전총괄 임명이 확대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승계 밑천인 한화에너지 지분 25%를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김 회장 장남 김동관 부회장 50%, 차남 김동원 사장 25% 등이다. 업계는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 합병 등을 통해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이사는 따로 있고, 김동선 부사장은 미래성장동력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