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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계열 위험]③현대, 엉킨 순환출자의 실타래

  • 2013.11.25(월) 08:59

현대상선 이어 엘리·로지스틱스 크레딧도 빨간불
우량한 계열사들도 지분법·파생상품 손실 뒤범벅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등급과 등급전망을 조정했다. 선두는 당연히 현대상선이었다. 업황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차입금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평사들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현대로지스틱스의 등급전망도 하향조정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계열위험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의 장기채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현대엘리베이터의 등급을 낮췄다. 이들은 현대상선 등 계열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확대된 것에 주목했다.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같은 이유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강등됐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는 사업기반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주력 사업인 승강기 부문에서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고 현대로지스틱스도 택배산업 내에서 상위에 랭크되며 안정적인 영업 수익구조를 자랑한다. 기업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계열위험이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 2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파생상품 계약도 체결하고 있다. 자체적인 영업은 안정적이지만 현대상선과 엮이며 대규모 지분법 및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했고 자금부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 등 계열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은 지난 9월 1507억원의 손실을 안겼다. 9월말 현재 전체 파생상품 부채 규모는 2818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규모는 현대상선 주가가 주당 1만7700원일 때 얘기다. 현재 주가가 1만원을 겨우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손실이 더 확대된 셈이다.

 

한신평 등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창출 현금 규모와 보유 유동성이 계열사 자금지원이나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 등 지속적인 현금유출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우호지분에 제공한 파생상품계약 만기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할 예정인 만큼 현대상선 등의 주가 추이에 따라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현대상선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진 않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지분율이 20%가 넘는다. 이를 통해 현대그룹 내에서 위상이 확고해졌지만 계열사 지분매입 자금이 외부차입에 의존되면서 금융비용 부담은 더욱 확대됐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11년 대규모 유상증자로 계열사 지분매입 비용을 상당부분 충당했지만 다른 시설투자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부채비율은 220%에 달하고 있다. 또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지분법 손실이 나는 등 계열 관련 재무부담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 현대글로벌,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간 순환줄자 지배구도를 강화해 경영권 안정을 모색했지만 이로 인해 계열사 지분매입 관련 자금부담이 내재된 것으로 신평사들은 평가했다. 재무적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파생상품계약을 활용하면서 관련 비용이 계열사들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현대그룹 분석 보고서에서 순환출자 구도로 인해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총자산이나 매출이 수배 이상이 되는 현대상산의 영업실적이 이들의 지분법손익과 연계되고 이것이 영업외수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현대로지스틱스의 순손익을 좌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의 직접적인 사업이나 재무위험의 연계는 크지 않은 반면 순환출자 구조상 주력사들의 손익이 계열사들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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