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자산운용 처리와 관련해 내달에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하고 6월에는 제재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윤 원장은 사모펀드의 피해 구제와 관련해선 금융회사들의 자율 배상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윤 원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서면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윤 원장은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한 일정을 묻는 질문에 "몇개 회사들간의 이견이 있는데 5월 중으로는 조정이 될 것"이라며 "현재 진행하는 검사가 끝나고 5월에 배드뱅크를 설립하면 6월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드뱅크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계약 취소 문제가 있는데 가급적이면 자율적으로 하고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분조(분쟁조정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가급적 빨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사모펀드의 피해 구제와 관련해선 금융회사들의 자율 배상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윤 원장은 "피해 구제는 분쟁조정위원회로 가야하나 다만 계약 취소가 가능한 부분은 별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라며 "그 부분은 법적으로 검토를 해야 해서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배상을 하면 시기적으로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은행과 신영증권, KB증권과 같은 자율배상 방식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그러한 사례가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라임 사태와 연루된 금감원 직원 김모씨의 징계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의 다른 직원들이 이번 사태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김모 팀장만을 대상으로 내부 감찰은 했으나 다른 직원들까지 깊이 (감찰을) 하진 않았다"라며 "검찰 결과에 따라 김모 팀장에 대한 징계가 당연히 있을 것이고 연관된 사람이 있다면 감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현재 금융의 상황에 대해 "대체적으로 괜찮다"고 진단했다.
윤 원장은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여러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인 것이 분명히 있다"라며 "수치로도 작년말 기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과 생보사의 지급여력비율(RBC), 증권사의 신(新)순자본비율이 상당히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부실율과 연체율 및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여전채 시장에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있으나 체계적인 위험으로 가지 않으면서 수그러들고 있다"라며 "전체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경제 성장률 수치를 거론하면서 "IMF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3% 경제 성장률을 전망하는데 한국은 -1.2%면 상당히 선방하는 것"이라며 "올 겨울에 코로나가 다시 확산해 추가적인 경제 쇼크를 반영한 것이라면 괜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재임 동안 가장 큰 고비가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 사태를 겪고 있는 최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와 관련 윤 원장은 "DLF 사태 이후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시계를 몇 달 돌려도 내 의사결정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시장을 제대로 못 읽었다고 볼 수 있지만 언론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원장은 "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나름대로 고수익을 추구하고 금융회사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고위험-고수익 추구가 알게 모르게 퍼져 있다"라며 "금융사의 고위험-고수익 추가가 일반화 하는 것은 곤란해 금융사들에게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금감원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제재심이나 제도적 절차에 따랐으나 외부에서 볼 땐 과중한 벌을 줬다고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제재가 기관과 개인을 미워서 하는 게 아니고 중대한 일이 벌어졌으니 재발 방지를 위해서 하는 선택인데 그와 관련해 언론 등으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남은 임기 1년 동안 할 일이 있다면 무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시 감시체계 구축과 금감원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최근 사태들을 겪으면서 비판을 받았는데 상시 감시 체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며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상시 감시체계를 보완하고 다른 쪽에서 종합검사를 해서 유기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금감원의 신뢰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거꾸로 가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며 "금감원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소통을 해야 국민들이 조금씩 신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