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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리그테이블]코로나 대혼돈…거인들의 추락

  • 2020.05.22(금) 15:13

<2020·1Q 어닝>①대형사 순위
잘나가던 대형사, 대부분 순익 축소 혹은 적자
ELS 운용손실 직격탄…라임 사태도 실적에 여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형)의 여파는 컸다.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에다 라임자산운용 관련 평가손실 등이 대형 증권사를 덮쳤다. 상승가도를 달리던 대형사들의 순이익 성장세에 대부분 급제동이 걸렸다.

초대형 IB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는 수익원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 덕에 그나마 큰 폭의 실적 감소를 피했다. 파생결합상품 잔액과 자체 헤지 비중이 낮은 메리츠증권, 대신증권도 비교적 선방했다.

다른 곳들은 크게 휘청였다. 그동안 큰 폭의 변동이 없던 순이익 순위가 모처럼 뒤집어졌다. 매분기 다른 증권사를 압도하는 성적을 거두던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순이익 1등에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순손실을 내면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22일 비즈니스워치가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12개 주요 증권사 1분기 연결 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전체 순이익은 2249억원으로 전분기(9581억원)에 비해 4분의 1 토막이 났다. 작년 1분기 전체 순이익(1조2937억원)에 비해선 83% 가량 급감한 수치다.

최근 수년간 부쩍 늘어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기업금융(IB)과 자산운용(Trading) 등에 역량을 모으면서 대부분 유례없는 성장을 해온 것에 비교하면 갑작스런 부진이다.

작년 4분기만 해도 12개 증권사 가운데 9곳이 전분기보다 개선된 수치를 내놨으며 지난해 연간으로도 12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7곳이 전년보다 무려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불리는 등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갑작스런 부진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증시 급락과 이에 따른 ELS 운용 손실 때문이다. 국내외 부동산과 기업에 대한 투자 및 라임자산운용 TRS 거래 관련 평가손실이 잡힌 곳들도 실적이 고꾸라졌다.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모처럼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 리테일과 자산관리 부문이 개선된 곳들이 많았으나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1, 2위 놓고 다투던 미래에셋-한투증권 '희비' 엇갈려

순이익 순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해오던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들어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ELS 자체 헤지 규모가 큰 한국투자증권은 관련 운용에서 평가손실이 발생, 1300억원 이상의 순손실 적자를 내며 최하위인 12위로 떨어진 반면 수익원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를 해온 미래에셋대우는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거두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한투증권은 올 1분기 연결 순손실 1339억원으로 전분기 1766억원의 순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전년 동기 2186억원의 순이익에서도 적자로 돌아섰다. 계열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도 56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투증권이 분기 순손실 적자를 낸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8 회계연도 3분기(10~12월)에 마이너스(-) 순손실을 낸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에도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거두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1분기 연결 순이익 1071억원은 증권가 예상치(FN가이드 집계 추정치 766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수익원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 밸런스 있는 사업구조를 통해 큰 폭의 실적 악화를 면했다는 설명이다.

◇ ELS 운용손실에 대형사 직격탄

메리츠증권이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거두면서 미래에셋대우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메리츠증권도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분기와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감소하긴 했으나 IB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달성했다. 거래 규모가 1조8000억원에 달했던 벨기에 브뤼셀 오피스 빌딩 인수주선 등 기업금융 부문 수수료가 급증한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대신증권은 올 1분기 순이익이 471억원으로 전분기(23억원)와 전년동기(453억원)에 비해 각각 증가하는 등 유독 개선된 성과를 거두면서 3위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다른 대형사들이 ELS 마지콜 사태 등으로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ELS 자체 헤지 규모가 적어 거의 손실을 입지 않은데다 주식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부문이 모처럼 살아난 것이 주효했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460억원 규모의 비슷한 연결 순이익을 거두면서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실물경기 위축과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에 따른 인수 주선 및 자문 수수료 이익 감소로 전분기보다 부진한 성과를 거둔 반면 신한금투는 작년 4분기 들어 급격히 흔들렸던 순이익이 올 1분기에 반등하면서 개선된 흐름을 보여줬다.

◇ 동학개미운동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 없어

NH투자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분기와 전년동기대비 급격히 쪼그라든 310억원에 그쳤다. 거래대금 확대로 모처럼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껑충 뛰었으나 해외채권 부문의 평가손실 및 ELS 관련 손실 등이 반영되면서 전체 실적 개선을 받쳐주지 못했다. 순위로는 6위다.

삼성증권 역시 ELS 자체 헤지 비용 급증으로 운용 부문에서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급감했다.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1172억원에 1000억원 가량 줄어든 154억원에 그쳤다. ELS 평가 손실이 컸으나 동학개미운동 영향으로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덕에 적자를 면했다.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투자(PI) 부문 손실과 보유주식 평가 손실 등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67억원으로 전분기(848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1587억원과 비교해선 95.8% 감소했다.

이외 KB증권은 ELS 자체운용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관련 평가손실로 순손실 적자를 내면서 하위권으로 내려왔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ELS 부문에서 직격탄을 맞으면서 13분기 만에 적자의 쓴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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